[생명과 삶] 무궁화 꽃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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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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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20일 발발해 1년 반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함께 다가온 무더운 날씨에 아침 산책으로 양재천변길에 조성돼 있는 무궁화 꽃길을 걸으며,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으로 부르는 동요 ‘우리나라 꽃’의 가사가 떠오른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國花)로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며, 꽃이 아름답고 꽃이 피는 기간이 길어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온 나라꽃이다. 나라꽃을 지칭하는 국화는 그 나라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와 연계돼 온 식물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실례로 영국의 국화는 장미이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국화는 에델바이스이다. 일본의 국화는 벚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며, 미국의 경우에 주(州)를 상징하는 주화(State flower)는 있지만 국화로 지정된 꽃은 없다.

우리의 민족혼을 보여주는 나라꽃 무궁화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나라꽃으로 전래돼 국가의 표상(表象)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무궁화(無窮花)의 한자말에서 무(無)는 ‘없을 무’, 궁(窮)은 ‘다할 궁’으로 ‘공간이나 시간이 끝이 없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궁화의 영어 명칭은 ‘성스럽고 선택받은 곳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를 간직한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이다.

무궁화는 분류학적으로 아욱과 무궁화속(Hibiscus)에 속하는 식물 종(학명; Hibiscus syriacus L.)으로 키는 3~5m 정도로 자라며, 병충해에 강한 식물이다. 꽃은 7월에서 9월 사이에 계속 꽃망울을 터뜨려 우아하고 아름답게 꽃을 피우며, 8월에 개화의 절정기에 이른다. 그리고 꽃이 필 때 꽃봉오리가 한 번에 만개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꽃이 항상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랜 전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해온 무궁화의 유래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근역(槿域)이라 지칭한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근역에서 ‘근(槿)’은 ‘무궁화나무’를 의미하는 말이다. 신라 때 최치원은 당(唐) 나라에 보낸 문서에 신라를 ‘무궁화의 나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근화향(槿花鄕)’으로 지칭했다. 무궁화라는 명칭은 고려 말에 발간된 동국집(東國集; 이규보 저)에 ‘무궁한 꽃’을 의미하는 무궁화(無窮花)라고 처음 기록돼 조선시대로 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궁화 꽃길을 걸으며 76주년 광복절(光復節)을 맞이하는 8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태극기를 흔들며 외치던 독립만세와 함께 애국가 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가 마음에 가득 담겨온다.

일제 강점기 시절 무궁화가 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을 하자 일본인들은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라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뽑아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궁화 꽃가루가 살에 닿으면 부스럼이 나는 ‘부스럼 꽃’이라는 말을 퍼트리며, 무궁화를 화장실 옆이나 울타리의 모퉁이에나 심는 천대 받는 나무로 전락시키려 했다. 한 나라의 국민이 사랑하는 꽃을 정치적 이유로 말살하려 한 이런 일본의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로 인해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꽃, 나라의 꽃으로 더욱 더 소중하게 인식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광복 후 한동안 일제의 무궁화 천대 결과로 주변에서 무궁화 꽃을 보기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백 품종이 넘게 개발돼 심겨져 있어 전국 어디서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꽃들을 볼 수 있다.

무궁화 꽃은 1947년 7월에 발행된 백원(百圓)짜리 지폐를 비롯해 우표와 담배갑 등에 문양으로 표기돼 왔다. 1949년 정부의 ‘국기 제작법 고시’에 따라 태극문양에 건(乾), 곤(坤), 감(坎), 이(離) 사괘(四卦)의 배치가 결정되며 태극기가 국기(國旗)로 제정됐고, 1950년 1월에 무궁화 꽃봉오리가 국기봉으로 선정됐다.

정부의 공식문서나 외교 문서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국장(國章; 國家紋章의 줄임 말)이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장은 1963년에 무궁화 문양으로 제정됐다. 무궁화 국장 문양은 여권의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운데 태극 문양을 무궁화 꽃잎 다섯 개가 감싸고 있는 모양이며, 꽃잎 아래쪽의 리본에 ‘대한민국’이라는 국명이 한글로 쓰여 있다. 무궁화 국장은 정부와 국회를 상징하는 표장(標章)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무궁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라와 이웃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아름다운 이 강산 무궁화 겨레/ 서로 손잡고서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은 무궁화다’라는 ‘무궁화 행진곡’에 담겨있는 ‘무궁(無窮)’한 마음을 함께 나누며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사회 실현에 손잡고 나서보자. 무궁화 꽃길을 거닐며 하루빨리 남북 간의 진정한 통일이 이루어져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진정한 나라꽃으로 삼천리강산에서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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