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문화단독-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3) 앵무새가 영조(靈鳥)가 되어 선학과 봉황과 용과 어깨를 겨루다
[천지일보-문화단독-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3) 앵무새가 영조(靈鳥)가 되어 선학과 봉황과 용과 어깨를 겨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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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앵무새가 영조(靈鳥) 되다

두 앵무새 순환 형태 ‘태극’

세 앵무새 순환 형태 ‘삼 태극’

태극은 만물생성의 근원

도자기를 이해하려면 순환의 철학이 매우 중요하므로 좀 더 이야기해보자. 바닷물이 순환하고 대기가 순환한다. 만물이 순환하므로 마땅히 인간 생활 양상 모두가 순환한다. 경제, 정치, 사회, 인간의 모든 활동이 순환한다.

우주의 물리적인 순환도 그렇다. 우주의 자연 변화, 가령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라든지 어김없이 교대하는 낮과 밤, 이 모두가 시간의 순환이다. 바람과 구름이 엉켜 비가 되고, 빗물은 다시 태양에 증발되어 수증기로 변했다가 구름이 되고, 구름은 다시 비로 변해 한 바퀴 도는 것은 자연의 순환현상이다.

한시도 멈추지 않는 인간 심장의 강력한 운동은 혈액을 온몸에서 순환시킨다. 혈관을 이어붙이면 15만 킬로미터라 하며 지구 둘레의 세 배가 넘는다고 한다. 원자의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주위에 전자가 돈다. 이러한 장대한 대우주의 순환구조가 도자기에 압축되어 아름다운 조형으로 도자기에 담겨져 있다.


 

중심에 보주 없이 가장 단순한 두 앵무새가 음각된 완(碗) (도 1-1, 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중심에 보주 없이 가장 단순한 두 앵무새가 음각된 완(碗) (도 1-1, 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선학과 봉황 그리고 용이 보주를 중심으로 순환하여 고려청자에 표현되어 있는데, 난데없이 앵무새 따위가 뛰어들어 감히 어깨를 겨루려 한다. 앵무새가 보주를 중심으로 순환한다면 마땅히 입에서 보주가 발산하는 모습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앵무새의 부리가 독특하여 입에 보주를 표현하기 어려워서 생략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선학에서처럼 입에서 보주가 발산한다고 여기며 바라보아야 한다. 이미 말했듯이 앵무새가 보주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순간, 앵무새는 문득 현실에서 보는 새가 아니고 영조(靈鳥)의 카테고리에 들어가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무새가 어떻게 감히 봉황과 용과 선학과 어깨를 겨룰 수 있단 말인가.

여러 가지 표현방법을 살펴보는데 하나의 앵무새로는 순환을 표현할 수 없다. 중심에 보주 없이 가장 단순한 두 앵무새가 음각된 완(碗)을 살펴보자(도 1-1, 도 1-2).

 

작은 접시 전체가 보주이고 두 앵무새를 제1영기싹으로 환원시키면 역동적인 태극이 된다(도 1-3, 도 1-4, 도 1-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작은 접시 전체가 보주이고 두 앵무새를 제1영기싹으로 환원시키면 역동적인 태극이 된다(도 1-3, 도 1-4, 도 1-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중심에 보주가 없지만 있는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작은 접시 전체가 보주이고 두 앵무새를 제1영기싹으로 환원시키면 역동적인 태극이 된다(도 1-3, 도 1-4, 도 1-5). 비교해 보면 현행 태극기의 중심에 있는 형태는 올바른 것이 아니어서 순환의 역동성이 없다.

 

중심에 보주가 있는 두 앵무새가 음각된 완을 살펴보자(도 2-1. 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중심에 보주가 있는 두 앵무새가 음각된 완을 살펴보자(도 2-1. 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중심에 보주가 있는 두 앵무새가 음각된 완을 살펴보자(도 2-1. 도 2-2). 음각으로 표현한 앵무새는 둘 혹은 셋을 배치하여 순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 바닥의 작은 원이 바로 보주이며 그 안에서 영기꽃이 또한 순환한다(도 2-3).

 

바닥의 작은 원이 바로 보주이며 그 안에서 영기꽃이 또한 순환한다(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바닥의 작은 원이 바로 보주이며 그 안에서 영기꽃이 또한 순환한다(도 2-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그러면 세 앵무새가 순환하는 완을 보자(도 3-1, 도 3-2).

그 보주 안에서 도 2-3과 같이 영기꽃이 순환하고 있다. 이렇게 세 앵무새가 순환하는 모양은 삼태극으로 된다. 즉 이처럼 완에서는 큰 원이라는 보주 안에서 세 앵무새가 순환하고, 중심에 보주가 있고 그 보주 안에서 다시 영기꽃이 순환하는 이 태극과 삼 태극이란 진리의 표상을 보여준다. 순환이란 개념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세 앵무새가 순환하는 완(도 3-1, 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1.6.28
세 앵무새가 순환하는 완(도 3-1, 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1.6.28
(왼쪽) 도 2-3과 같다. 역시 보주자(도 3-3). (오른쪽) 세 앵무새가 삼태극으로 환원됨(도 3-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7.5
(왼쪽) 도 2-3과 같다. 역시 보주자(도 3-3). (오른쪽) 세 앵무새가 삼태극으로 환원됨(도 3-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7.5


그러면 앵무새란 어떤 존재일까. 사람들은 앵무새의 재능에 경탄한다. 앵무새는 인간의 말이나 소리를 흉내 내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끈다. 앵무새의 이런 능력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는 신성시(神性視) 되기도 한다. 길들여진 충실한 애완용 앵무새는 주인과 가족들에게 동물과의 교감을 경험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통일신라 흥덕왕(興德王, 826~836)은 일련의 정치개혁을 시도하여 중앙집권을 강화하려 노력했다.

『삼국유사』 권2 「흥덕왕과 앵무(鸚鵡)」항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흥덕왕이 826년에 즉위하고,얼마 안 되어 사신이 당나라에 갔다가 앵무새 한 쌍을 가지고 왔는데, 오래지 않아 암컷이 죽었다. 홀로 남은 수컷이 애처롭게 울기를 그치지 않자, 왕은 사람을 시켜 앞에 거울을 걸게 하였다. 흥덕왕은 짝을 잃은 앵무새에 대해 부인을 잃은 자신의 처지와 동질감을 느꼈던 듯하며 이를 보고 노래를 지었다고 하지만 전해오지 않는다. 새가 거울 속의 그림자를 보고 짝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여 그 거울을 쪼다가 그림자임을 알고서 슬피 울다가 죽었다 한다.

앵무새는 우리나라와 가까운 열대아시아에 분포되어 있으므로 중국을 통해 들어온 진귀한 새였을 것이다. 전 세계에 약 300여종이 있는데 크기는 몸길이 약 10㎝의 소형 종에서 100㎝에 이르는 대형 종까지 다양하다. 사랑 새인 잉꼬는 앵가(鸚哥)라는 한자의 일본식 발음으로 작은 앵무새를 뜻한다. 아마도 사신이 가져온 앵무새는 작은 사랑 새일 가능성이 크다.

고려청자에 음각된 앵무새를 보면 목과 꼬리를 유난히 길게 변형시켜 태극을 연상시킨다. 결국 앵무새는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 보아 선학이나 봉황과 같은 영조로써 승격시켜 자기에 흔히 표현된 것 같다.


 

이건희씨 소장 보물 ‘고려 청자상감 앵무문 주전자’(도 4-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이건희씨 소장 보물 ‘고려 청자상감 앵무문 주전자’(도 4-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이건희씨 소장 보물 ‘고려 청자상감 앵무문 주전자’를 살펴보기로 한다(도 4-1). 앵무새는 대체로 음각이 많으며 상감한 작품은 이것 외에 본 적이 없다.

흔히 호리병이라 부르나 보주에서 보주가 나오듯 아래 부분의 주전자 모양에서 작은 항아리가 나오는 형상이다. 동체 전체에 크고 둥근 영기창을 만들고 그 안에 두 앵무새가 보주를 가운데 두고 순환하는 모습이다(도 4-2, 또 4-3). 여기에서 보주의 본질을 짐작해볼 수 있다. 중심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부정형으로 보주를 표현했다. 기막히게 표현한 보주다.
 

동체 전체에 크고 둥근 영기창을 만들고 그 안에 두 앵무새가 보주를 가운데 두고 순환하는 모습이다(도 4-2, 또 4-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동체 전체에 크고 둥근 영기창을 만들고 그 안에 두 앵무새가 보주를 가운데 두고 순환하는 모습이다(도 4-2, 또 4-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원래 보주는 일정한 형태가 없다. 앵무새의 형태에 변형이 극심하여 꼬리가 거의 한 바퀴 돌 지경이어서 큰 원 가까이 이루고 있다. 제1영기싹 두 개를 순환시킨 모양으로 바로 태극의 역동적 모습이 아닌가(도 4-3).

순환의 우주관을 단적으로 표현한 고려청자 접시가 있다(도 5-1, 도 5-2). 다섯 개의 넓은 잎 모양들이 겹쳐 있어서 순환을 상징하고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테를 둘렀는데 황촉규를 문양화하여 둘렸다. 황촉규라는 꽃나무가 자기에 표현되어 있으나 후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중심의 꽃모양은 무량보주를 상징한다. 즉 보주를 중심으로 잎모양 영기문이 마치 태극무늬처럼 역동적으로 순환하는 광경이다. 이 자기는 오태극이라 말할 수 있다.

 

순환의 우주관을 단적으로 표현한 고려청자 접시(도 5-1, 도 5-2). 2태극이나 3태극, 4태극, 5태극은 본질적으로 순환을 의미하므로 같은 것이다(도 5-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순환의 우주관을 단적으로 표현한 고려청자 접시(도 5-1, 도 5-2). 2태극이나 3태극, 4태극, 5태극은 본질적으로 순환을 의미하므로 같은 것이다(도 5-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28

이처럼 순환의 우주관이 고려자기에 오롯이 표현되어 있다. 앵무새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미 독자들은 눈치 챘으리라 생각하는데, 두 앵무새가 순환하는 형태는 태극이라 부르고, 세 앵무새가 순환하는 것을 삼 태극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아셨을 것이다.

그러면 태극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태극기의 중심에 있는 음과 양을 표현한 것이라 잘못 알고 있으며 정부에서 정한 태극기 그리는 작도법은 잘못된 것이다. 태극을 원기(元氣)로 보았고, ≪주역정의(周易正義)≫에서는 천지가 나누어지기 이전에 혼돈 상태로 있는 원기로 보았다. 그러니까 태극은 만물생성의 근원으로 태극에서 음과 양이 생겨나 만물이 생겨난다는 우주생성론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앵무새나 선학이나 봉황의 순환 모습은 모두 다양한 태극의 상징을 띠고 있으며, 이 태극이든 삼 태극이든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아, 자기에 이처럼 태극의 궁극적 진리를 담고 있음을 누가 알았으랴! 태극이 보주라면, 그것이 표현된 고려자기가 보주라는 이야기다. 단지 문양만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다. 고려청자 모든 형태가 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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