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문화단독-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1) 청자 운학문 매병 문양의 비밀… 절대적 진리인 神이 담겨진 도자기
[천지일보-문화단독-강우방의 도자기 이야기] (1) 청자 운학문 매병 문양의 비밀… 절대적 진리인 神이 담겨진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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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청자 운학문 매병(高麗 象嵌靑瓷 雲鶴紋 梅甁)(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청자 운학문 매병(高麗 象嵌靑瓷 雲鶴紋 梅甁)(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고려청자 비색, 천하제일 여겨

색깔만 신비스러운 것 아냐

문양에 장엄한 우주관이 담겨
비밀 해독해 만천하에 공개

둥근 영기창 안에 두마리 선학

보주 중심으로 순환하고 있어

보주(진리), 씨앗이 승화한 것

씨앗에 우주의 생명‧기운 응축

1968년, 가을에서 막 겨울로 넘어갈 즈음, 땅끝마을 가까운 해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마을을 걸으며 보니 길가에 고려청자 파편들이 즐비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12세기 고려 시대 가마터 자리라 농사짓다가 농부들이 돌이나 고려청자 파편들을 집어 던져서 쌓아둔 더미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진흙에 묻힌 청자 편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물기 머금은 투명하고 영롱한 비취색이 신비했으며 음각선 문양이 은은했다. 더미를 조사하고, 이듬해는 비색(秘色)청자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가마를 발굴 조사하고는, 불교미술을 연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신라 1000년 수도 경주로 가족이 훌쩍 이사하여 학문의 새 터전을 다지기 시작했다.

불상을 연구하여 훗날 도자기에 눈 뜨게 되었고, 그 후 50여 년 동안 불상을 넘어서서 연구대상을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학문적 역정은 가히 극적이라 할만하다.

공간상으로는 모든 세계 나라들의 건축-조각-회화-도자기-금속기-복식, 시간상으로는 구석기시대-신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의 작품 등, 인류가 창조한 일체의 조형예술을 필자의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이란 보편적 이론으로 풀어 오고 있는 상태에서, 지금 고려 상감청자 한 점을 선정하여 앞에 놓고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풀어냈던 모든 작품이 고려자기 한 점을 밝히기 위해 동원될 것이다. 이미 12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 강당에서 청자에 대해 기존과 전혀 다르게 강연한 적도 있다.

도자기의 내면과 외면에 베풀어진 갖가지 문양은 도자기 표면의 한갓 장식이 아니오, 오히려 도자기의 주(主)된 조형이 바로 문양이라는 것을, 15년 전쯤 깨달았을 때, 하늘에서는 번개가 치고 천둥이 일어났다. 자기에 베풀어진 모든 문양은 크건 작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바로 그 갖가지 문양에서 도자기라는 그릇이 탄생한다는 절대적 진리를 증명해 가는 대장정의 과정의 첫발을 지금 내딛으려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은 중요한 점들이 세부 속에 숨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는, 즉 세부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라는 표현은, 원래 독일의 어느 유명한 건축가의 말이지만, 지금은 인간의 모든 행위에 걸쳐 쓰여 지고 있다.

세부를 거스르면 악마가 되므로 신은 곧바로 악마로 대치되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반어법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악마와 신은 완벽함의 양면을 가리킨다. 악마를 극복하면 신을 성취한 것이고 신을 잃으면 악마가지배한다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모든 기존 지식을 일단 접어두고 마음을 비우며 바로 작품 자체로 직지(直指)하자. 처음부터 몇 가지 낯선 용어들을 만날 것이지만 1년 동안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용어들이다. 이 용어들 없이는 어떤 조형도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열쇠들이다. 한 번 듣고 알게 되는 지식이 아니라 1년 동안 그 개념들이 계속하여 성숙해 가기 때문이며, 그러는 동안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한 고차원의 신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청자 운학문 매병 문양(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청자 운학문 매병 문양(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채색분석법. 조형예술 비밀 밝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 고려청자들 가운데 하나인 ‘청자 운학문 매병(高麗 象嵌靑瓷 雲鶴紋 梅甁)’이란 작품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자기로, 명칭은 전공자들의 저서에서 똑같이 언급되고 있고 설명도 큰 차이 없다(도 1-1). 독특한 문양이 자기 표면에 가득히 상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둥근 원들 안에 구름과 학이 날고 있고, 여백에 다시 같은 학 모양과 구름 같은 문양이 가득히 표현되어 있다(도 1-2). 모두가 푸른 천공의 구름 속에 나는 학을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름 모양과 학 모양이 과연 어떤 조형인지 그리고 어떤 관계인지 분석해 보자. 필자가 인류의 모든 조형예술품을 다루다 보니 ‘조형예술에 표현된 것은 현실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 표현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알아냈다.

이 청자의 표면 전체의 운학문을 살펴보고 그려보면 학은 현실에서 보는 흰 학이 아니오, 구름은 구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상감청자에서 모든 문양은 비취색 바탕에 흰색과 검은색으로밖에 나타낼 수밖에 없다.

 

‘채색분석법(彩色分析法)’으로 분석한 문양. 둥근 원, 구름, 학이 보인다(도 1-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채색분석법(彩色分析法)’으로 분석한 문양. 둥근 원, 구름, 학이 보인다(도 1-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필자가 개발한 작품 해독법인 ‘채색분석법(彩色分析法)’으로 분석해 보면 이런 구름은 현실의 하늘에서 볼 수 없는 기기묘묘한 조형이며 붉은 점으로 강조한 둥근 점으로 채색한 ‘보주(寶珠; 보배로운 구슬, 대우주의 압축 혹은 진리)’들이 내재되어 있다(도 1-3).

청자나 백자에서는 한두 가지 색만으로 문양을 나타내므로 한눈에 파악하기 매우 어려워서, 필자는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해가면서 문양들의 형성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채색하였다. 이만 점 가까이 세계 조형예술품을 채색분석해 오면서 그 전개 원리를 증명해 왔다.

우선 구름은 이른바 ‘영기문(靈氣文)’이다. 대우주에 가득 찬 기운 혹은 성령을 가시화한 여러 가지 문양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구름 모양 영기문으로부터 학 모양 영조(靈鳥)가 영기화생하며, 입으로부터 보주와 영기문을 발산시키며 거기에서 만물생명을 화생(化生)시키는 장엄한 광경이다.

따라서 현실에서 보는 학이 아니다. 선학(仙鶴)-봉황-공작 등은 모두 무량한 보주를 발산하므로 영조의 카테고리에 든다. 고려청자의 둥근 원들은 영기창(靈氣窓)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 안에 구름 모양 영기문과 선학을 나타낸 단순한 문양은 대우주의 기운을 압축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학 대신 봉황이나 용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양산 통도사 용화전 천정반자의 선학(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양산 통도사 용화전 천정반자의 선학(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자기와 건축의 만남

양산 통도사 용화전(龍華殿)은 여러 번 가서 사진 촬영했던 곳이다. 그곳 천정, 곧 반자에는 고색창연한 단청이 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천정은 우물반자로 전체 반자가 격자로 구분되어 격자천정(格子天井)이라고도 하며 작은 격자마다 현실에 없는 조형들이 그려져 있다.

건축학계에서는 ’천장(天障)‘이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지붕 밑을 막았다는 의미로 막을 ’障‘자를 쓰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천정(天井)’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천정은 원래 막힌 것이 아니라 대우주를 상징하고 있으므로 열린 공간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우물천정’이란 용어와 어울릴 수 있으며, 원래 우물이란 하늘을 반영하고 있으며 열린 공간이라 바다로 통하기도 한다는 상징성을 띤다. 그리 생각해야 천정에 그린 단청 그림들을 이해할 수 있다.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영기창이라 부른다(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영기창이라 부른다(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필자와 사찰 단청을 함께 조사하기도 했던 학문 도반인 노재학 사진작가에게 부탁하여 용화전의 작은 격자 반자의 질 좋은 사진들을 받을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 금할 수 없다(도 2-1). 그런데 각각의 작은 격자의 윤곽을 아름답게 굴곡진 윤곽 진 판을 고정했는데 필자는 그것을 영기창(靈氣窓)이라고 이름 짓고 있다(도 2-2).

그런데 네 귀에 둥근 모양이 조형을 이루고 있는데 글을 쓰면서 문득 그것이 보주를 상징하고 있음을 깨달았으며 바로 빨갛게 칠한 보주에서 모든 영기문들이 생겨나 영기창의 윤곽을 이루고 있음을 알았다. 그 창 그 너머로 광활한 우주가 열려있으며, 그 모든 각각의 영기창에서 보주를 발산하는 선학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도 2-3).


 

채색분석하며 해독한 것(도 2-3). 흔히 이 부분이 막힌 것으로 보지만 영기창을 통한 우주의 열린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채색분석하며 해독한 것(도 2-3). 흔히 이 부분이 막힌 것으로 보지만 영기창을 통한 우주의 열린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영기창이 중요한 까닭은, 고려 상감 운학문이라 불리는 청자 항아리 표면의 수많은 원은 원형 영기창이란 소우주에서 선학이 나타나며, 항아리 전체가 대우주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건축에서 천정의 격자마다 영기창이 있고 그 안의 선학과 영기문이 있으며 전체가 대우주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양상을 명쾌히 보여주는 것이 전남 고흥(高興) 능가사 대웅전 천정으로, 반자를 격자로 나누어 각각 작은 격자천정이 소우주들이고, 수많은 작은 격자천정이 모여 대우주가 되는 셈이다(도 3-1, 3-2).

수많은 사찰 법당 천정의 보주를 발산하는 선학을 살펴보아 오다 보면, 청자에서 처럼 단순한 선학의 입에서 보주가 발산되는 환상적인 광경을 떠오르게 된다. 그렇다! 자기에는 이처럼 엄청난 고차원의 진리가 숨겨져 있으며 1년 동안 증명해 나갈 것이다.

 

전남 고흥(高興) 능가사 대웅전 천정(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전남 고흥(高興) 능가사 대웅전 천정(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영기창 안에서 선학이 보주를 발산한다(도 3-1의 부분, 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영기창 안에서 선학이 보주를 발산한다(도 3-1의 부분, 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6.14


※ 기억해 두어야 할 용어들: 영기화생론, 채색분석법, 보주, 번개, 영기문, 영조, 영수.

※ 이상의 용어들은 필자가 만든 것으로 방대한 이론 체계 가운데 설명돼야 할 것이므로 계속 설명하면서 개념 정리가 진행되어갈 것이다. 도자기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용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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