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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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전쟁처럼

오세영(1942 ~  )

산천(山川)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시평]

전쟁은 아마도 산 자들만의 것이리라. 살아있기 때문에 살기 위하여 서로 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겠는가. 겨우내 죽은 듯이 얼어 있는 만상(萬象)은 다만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꽁꽁 얼어 있던 땅이 해토(解土)를 하고, 거대한 침묵인 양, 꽝꽝 얼어 있던 계곡이 스스로 몸을 풀고 흘러내려가기 시작하면, 만물은 다시 살아난 듯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래서 봄은, 아니 봄을 맞는 만물은 마치 전쟁을 하듯, 저마다 다투듯 불쑥불쑥 대지 위로 머리를 내민다.

그래서 산천은 마치 밟으면 이내 터져버리는 지뢰 밭 마냥 새로 돋아나는 풀과 나무들로 온통 수라장이다. 살아 있음이 바로 이와 같은 치열한 전쟁이다. 저마다 피어나는 모습은 바로 전쟁의 치열함과도 같다.

어디 새로운 힘으로 돋아나는 풀이며 나무들뿐이겠는가. 겨우내 깊은 겨울잠을 자던 뱀이며, 곰이며 등등의 동물들까지, 아니 다시 활기를 띠고 먹이를 찾아 나서는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두더지라는 놈들까지 일제히 껌껌한 땅 속에서 뛰어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봄. 3월, 봄은 잠시의 휴전을 파기하고 무참한 생존을 위한, 살아있음의 전쟁의 포문을, 드넓은 천지를 향해 터뜨린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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