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in] “소임 다하겠다”던 윤석열의 “직 걸겠다” 초강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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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 방문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 방문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수사·기소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연일 반대 목소리

“‘검수완박=부패완판’… 헌법 정신 크게 위배” 공개 직격

 

윤 총장, 수사지휘·징계 등 국면서 총장직 수호 의사 강조

지난해 대검 국감서 “문 대통령이 소임 다 하라했다” 언급

 

검찰 여러 개로 쪼개는 역제안 등 수사·기소 無분리에 방점

여권서는 “윤 총장, 과거엔 수사·기소 찬성했다” 주장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일 “직을 걸겠다” “부패완판” 등 강경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정국 경색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언제나 굳건히 자리는 지킨다고 답하던 윤 총장이 처음으로 직을 걸고 정권에 반발하는 모양새여서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세다. 윤 총장의 강경 대응이 수사·기소 분리를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수사·기소 분리, 검찰 폐지 시도”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전날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 “지금 진행 중인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써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부정부패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 것은 적법절차,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서 법치국가적 대응을 해야 한다”며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 2차 심문기일이 열리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0.1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사건 2차 심문기일이 열리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0.12.24

◆“직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도…”

윤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중수청과 검수완박에 반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에도 윤 총장은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며 공개적으로 처음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윤 총장은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들 직을 걸고 해 왔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줘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선 “검찰총장직이 뭐가 대단하냐. (검사가) 일을 똑바로 하는 게 중요한 거지”라며 “인사에서 좋은 자리를 보내준다고 사건 수사를 접을 거냐. 난 검사장이든 총장직이든 대단한 자리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다만 대검은 이 기사가 윤 총장이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닌,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DB

◆어떤 상황서도 자리 지키려던 마음서 변화 이유는

관심은 윤 총장이 왜 직을 걸겠다고 말했는지다. 윤 총장은 임기 초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나서며 여권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 무렵부터 지난해 말까지 줄곧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인사들의 사퇴 요구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대검찰청 국정감사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22일 대검 국감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벌어지고 나서, 4.15 총선 이후에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사퇴 얘기가 나왔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께선)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 지키며 소임 다하라고 하셨다”며 “제가 임기 동안 할 일 충실히 하는 것이 임명권자에 대한 것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소임을 다하라고 했으니 임기를 끝까지 충실히 지키는 것이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자신의 책무라는 취지다.

이 밖에도 윤 총장은 국감장 직격 발언의 단초가 된 10월 두 번째 수사지휘와 앞선 7월의 수사지휘, 국감 뒤 11~12월 펼쳐진 징계 국면에서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킬 것이란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헌정사상 초유의 두 번의 수사지휘도 수용하고, 징계엔 소송까지 불사하며 검찰총장직을 끝까지 수호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터라 이번 발언의 의미 해석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석웅(왼쪽부터), 이완규 변호사가 10일 오전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윤 총장 징계 여부와 수위를 심의할 징계위를 개최한다. ⓒ천지일보 2020.12.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석웅(왼쪽부터), 이완규 변호사가 10일 오전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윤 총장 징계 여부와 수위를 심의할 징계위를 개최한다. ⓒ천지일보 2020.12.10

◆수사·기소 분리보다 검찰 쪼개지는 게 낫다?

다른 인터뷰 내용에 비춰 볼 때 그만큼 윤 총장이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기사를 더 살펴보면 윤 총장은 수사·기소가 분리된 중수청 대신 수사·기소가 결합한 형태이나 조직을 세분화한 전문 수사청을 제안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내 밑에서 (검사를) 다 빼가도 된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든 추미애 전 장관이든 박범계 장관이든 기존 검찰 조직의 반부패부를 싹 끌고 가서 반부패수사청을, 서울남부지검을 싹 들고 가서 금융수사청을, 공안부를 총장 관할 밖으로 들고 나가 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수사와 기소를 융합해 주요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검찰을 쪼개 놓는 한이 있어도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중수청이라는 형태보다는 수사와 기소가 갈라지는 형태에 더 문제의식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와 기소 분리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출처: 김남국 의원 유튜브 채널).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와 기소 분리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출처: 김남국 의원 유튜브 채널).

◆여권서 윤 총장 과거 발언 저격

이에 여권 인사들은 윤 총장이 과거엔 수사·기소 분리를 찬성했다며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2일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과거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찬성했다”며 “이제 와서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하면 그때는 검찰총장 하고 싶어서 수사기소 분리에 찬성하고, 끝나려고 하니 반대한다고 하면 결국 그 진심과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아예 김 의원 측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윤 총장이 자신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는 모습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조 전 장관도 “바른미래당(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가 수사 기소 분리와 수사청 신설 공약을 냈을 때,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대표 발의로 수사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냈을 때, 그리고 윤 총장이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방안(수사·기소권 분리)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답변했을 때 언론과 검찰 내부에서 아무런 비판도 나오지 않았다”고 힘을 보탰다.

다만 당시 인사청문회 회의록에 따르면 윤 총장이 해당 발언 직후 ‘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출처: 국무총리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1.3.3
정세균 국무총리. (출처: 국무총리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1.3.3

◆임기 얼마 안 남은 상황 지적도

올해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직을 건다고 표현한 점을 두고도 김 의원은 “임기를 불과 몇 개월 남겨 놓지 않고 직을 건다고 하면 그건 우스운 일”이라며 “진심도 별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저격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자중해야 한다. 검찰총장 자리가 검찰만을 위한 직분이 아니다”라며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정 총리는 다음 날 JTBC 뉴스룸에서도 “문 대통령에 (윤 총장의 거취를) 건의를 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다”며 “지금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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