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자사고 폐지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건 직권남용이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자사고 폐지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건 직권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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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2019년 7월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13곳 중 재지정평가 기준 점수 70점을 넘지 못했다며 8개 자사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취소 결정에 불복해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경희고가 법원에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이 최근 원고승소 판결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법원의 판결에 조희연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자 고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적 열망을 무위로 돌리는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지금 공립학교는 학교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학습 분위기가 엉망이라 시민들이 고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열망이 높은 건 맞다. 하지만 그 열망은 공교육의 수준을 학생 인권조례와 혁신학교, 학종·수시 제도가 생기기 전 수준으로 되돌려 달라는 열망이지, 인재를 배출하는 자사고, 외고, 특목고를 없애 모든 고교가 하향 평준화되길 바라는 열망이 아니다. 혁신학교에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을 줄여 일반 공립학교에 고루 분배해 학교 정상화를 위한 노력만 기울여도 시민의 열망에 조금이나마 부응할 수 있다.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에도 내 눈 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항소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행태를 보면 무리한 직권남용으로 소송을 진행해 패소할 경우 교육감이 책임지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수준 높은 사립학교가 인재를 길러내는 걸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공권력을 이용해 학교 폐쇄에 혈안이 돼 날뛰는 건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자녀의 진학실태를 보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울화가 치민다. 조희연 교육감의 자녀는 외고를 졸업했고,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는 문체부 장관은 자녀를 1년 4200만원의 학비를 내는 외국인학교에 보낸다. 외고에 자녀를 진학시킨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특목고 폐지는 오래된 소신이고 딸에게도 이야기했지만 가겠다는 걸 어떻게 말리겠냐?”고 했다. 주변의 전교조 교사가 자녀를 일부러 혁신학교에 보내거나 외고 갈 실력이 되는데 일반고 보내는 교사도 본 적이 없다. 자기 자녀 하나 설득하지 못하는 교육관으로 국민의 자녀만 일반고에 진학하라는 내로남불 정책이다.

법원의 판결로 자사고 정책이 비로소 상식적인 길로 다시 나가게 됐다. 절차나 제대로 된 공론화도 없이 대통령 공약이라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역풍을 맞은 셈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마저 같이 인용된다면 자사고와 학부모, 학생이 연대해 교육감을 상대로 직권남용에 따른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해야 한다. 국가는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어느 부모든 자녀를 학습 환경이 좋은 학교에 보낼 권리가 있다.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면 비싼 학비를 내며 일부러 자사고에 보낼 학부모는 많지 않다. 선택은 부모나 학생의 몫이다.

교육에 정치와 이념이 들어가니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자유 학년제 정책이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돼 학부모와 학생을 선동하고 있다. 자사고, 특목고 폐지에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니 일반고는 고사 직전이다. 학교 수업시간에 절반 이상이 잠을 자며 체력을 비축하고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일반고 현실이다. 학생을 통제할 수단을 상실하는 게 두려운 교사들이 학종과 수시를 고집하니 아이들만 죽어난다. 학교 교사보다 학원 교사를 더 신뢰하는 상황이 심각한지조차 모른다.

고교 평준화는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여야 국민적 공감대가 가능하다. 면학 분위기가 제대로 잡힌 자사고, 특목고, 외고를 폐지하고 그 학교에 다니던 상위권 학생을 일반고에 배분한다고 일반고의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다. 자사고를 없애는 식의 평준화는 절대 일반고를 살리지 못한다. 대입제도부터 일반고를 살릴 수 있는 정시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바꾸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사고 폐지가 아닌 다양한 커리큘럼과 특색을 가진 우수한 학교를 더 만들어 학생 각자가 특성에 맞는 학교에 진학해 공부하도록 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과정도 결과도 공정하지 않은 자사고 폐지 정책은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 현재의 강남아파트 폭등이 지역적으로 분산된 인재를 수용하던 자사고 폐지 정책과 연관이 없다고 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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