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대통령의 손상된 리더십
[이재준 문화칼럼] 대통령의 손상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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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역사에서 보면 권력 말기 군주가 나약해지면 요신(妖臣)들이 활개를 쳤다. 고려 공민왕은 처음에는 정치를 잘했으나 원나라에서 시집온 왕비가 출산 중 목숨을 잃자 정신 분열증에 빠진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신돈이다. 신돈은 공민왕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했다. 공민왕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여장을 하고 미남 자제위들과 남색을 하다 살해당했다. 고려 5백년 사직은 이 시기부터 기울어졌다.

가끔 영화 소재로도 재조명되는 조선 제15대 왕 광해군. 그는 명군인가, 아니면 냉철하지 못한 군주였을까. 광해에 대한 평가는 사가에 따라 다르다. 광해는 서자로 태어난 태생적 핸디캡을 극복하려다 결국은 무너진 불행한 군주이기도 했다.

선조는 아들 광해를 적자로 대우하지 않았다. 임진전쟁 당시 광해에게 분조까지 했으면서도 대를 잇는 문제는 고민이 많았다. 명나라에 승인을 얻는 절차도 어렵거니와 중전이 영창대군을 낳음으로써 장자계승 원칙 여론으로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광해를 옹립한 인물은 이이첨, 정인홍, 허균 등이다. 이 중 이이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이첨은 선조에게 광해의 세자책봉을 주장하다 귀양을 가게 되는데 선조가 갑자기 승하한다.

광해는 이이첨을 유배 가는 도중에 풀어주고 상경시켰다. 세상이 뒤집어 진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조정은 순식간에 권모술수에 능한 이이첨의 손에 의해 장악됐다. 임금의 비호를 입은 이이첨은 승승장구했다. 임금은 대간의 잇단 파직 상소나 간언을 외면했다.

이 시기 홍길동을 지은 천재 문학가 허균은 광해를 소재로 체제 저항소설을 써 불행한 임금을 엄호했다. 서자 길동의 영웅적 담론을 광해에 비유한 것 같다.

그러나 허균은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것도 자파의 모함을 받고 광해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형국이 됐다.

조정은 파당 간 일대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졌다. 광해군의 즉위에 반대를 했던 소북, 광해군을 몰아내고 새로이 권력을 장악할 기회를 노리는 서인과 남인들에 의해 왕은 고립되기도 했다. 왕의 리더십은 간신들에 의해 조종되는 상황으로 변했다.

왕위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적자인 영창대군을 죽이고 이것도 모자라 계모인목대비를 폐위했다. 이 패륜적 결단에 앞장 선 것은 무리가 이이첨 일당이었다. 효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 온 유교국의 전통을 허무는 중죄를 서슴없이 저지른 것이다.

광해도 이이첨의 주장이 올바르다고 생각은 안했지만 폭주하는 마차를 세울 수 없었다. 반정으로 끌려가면서 이이첨이 주도했느냐고 물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오늘날 한국 권력 심장부가 조선 광해군 시대를 방불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뒤에서 누군가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뒤에 숨어 대통령을 뛰어넘는 지휘를 행하다면 그는 바로 현대판 이이첨이 아닌가.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손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게 나라냐 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또 나온다.

또 최근 주요 현안마다 당정 간 이견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추진과 관련한 갈등,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4차 재난지원금 이견 등이 대표적 예다.

국민들이 불안하다. 제발 여권 정치인들은 대승적인 자세에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일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이이첨 같은 간신 역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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