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자기부죄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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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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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고도의 정보사회로 가고 있다. 오늘날 손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은 통신수단의 대세가 되면서 정보사회의 눈부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휴대폰으로서 스마트폰은 정보소통의 중요한 수단이 돼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휴대폰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휴대폰 해킹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범죄수사에 있어서도 휴대폰에 담긴 정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휴대폰이 저장하고 있는 정보가 많다고 해도, 이는 휴대폰 소유자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이다. 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거나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0년 법무부는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법’을 제정하려고 했다. 법무부는 범죄수사 등 공적 필요성에 따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휴대폰의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관련법의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휴대폰에 담긴 정보가 범죄수사에 중요하다고 판단해 접근하려고 해도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수사를 방해하면 공익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영국을 위시한 몇몇 국가에서는 ‘수사권한규제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휴대폰 암호를 풀지 못하는 경우 법원의 암호해독명령을 받아 피의자에게 이를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해 여러 종류의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발생하고 휴대폰 등이 범죄에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형사사법절차에 필요한 휴대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인권보장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형사사법절차가 강화되었고 형사피의자나 형사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능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여 이들도 정당한 사법절차의 실현을 위하여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법정의의 실현이란 점에서 일응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2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고문금지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 강요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는 자기부죄거부권으로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5조에도 규정되어 있다.

미국의 법원은 피고인에게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부죄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해제하여 정보를 취득하고 재생산하는 행위는 일종의 진술로 보며, 진술을 강요하는 것은 자백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피의자는 자신을 방어할 수 없게 되어 자기부죄거부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헌법은 누구든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사법은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범죄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는 형벌권을 위임받은 국가권력에 있다. 범죄수사는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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