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왜 스포츠는 ‘폭력’에 매몰되는가
[스포츠 속으로] 왜 스포츠는 ‘폭력’에 매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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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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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 선수들의 학창 시절 폭력 행위가 잇달아 폭로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봤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폭력 사례는 매우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형태를 드러내 사회적 충격이 매우 컸다. 훈계성 폭력을 넘어 칼로 후배를 위협하고, 초등생을 상대로 한 성폭행까지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의 수위가 이 정도로 위험성을 띠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의 책 ‘인간의 조건’엔 인간으로서 활동적 삶을 살기 위해선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노동이란 먹을 것을 찾고 돈을 버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이다. 작업은 장인들의 제작활동이나 예술활동 등을 말한다. 행위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의사소통하면서 이루어지는 관계 활동을 뜻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은 단순히 근근이 먹고 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노동을 넘어서 작업과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자유를 느끼고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를 구가하며 지구에서 가장 숭고한 생물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아렌트의 개념을 빌리면 학교에서 스포츠는 노동이 결코 아니다. 자신의 몸을 가꾸고 정신력을 키우며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창의적인 작업이며 행위이다. 스포츠는 생존에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지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스포츠는 최근의 폭로에서 드러났듯이 폭력이 만연한 모습으로 마치 만인에 대한 만인의 싸움터 같이 느껴진다. 학교 스포츠에서 폭력이 난무하게 된 것은 모든 것을 경쟁으로 치부하는 사회의 악습이 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운동 선수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작업과 행위로서보다는 노동으로서 스포츠를 강요 받는다.

운동을 잘 해야 명문대에 가고 돈과 명예가 따라주며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을 이기는데 집착하는 승부사로 변해 자기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이기적인 습성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특히 공부와 인성 교육을 포기한 학생 선수들은 단순히 ‘운동 기계’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국가가 주도하는 엘리트 체육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체육시스템도 운동을 단순한 노동으로 만드는 데 한 몫 거들었다.

선수촌이나 합숙소 등에 몰아넣고 최고의 선수들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국가주의 스포츠가 만들어지면서 스포츠의 기본적인 개념을 생각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선 폭력의 싹이 움틀 수밖에 없다. 자기가 이기기 위해선 남을 누를 수밖에 없다는 강압적 정신 상황에서 이성 대신에 폭력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스포츠에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여러 방지대책과 제재 방안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서는 폭력을 사라지게 하기가 어렵다. 선수들의 인성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운동과 스포츠를 자기 생존중심적인 노동이 아닌 이타적인 작업과 행위라는 사회 활동으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할 때이다.

학생 시절 일반 학생들을 위한 체육 활동을 늘리고 학생 선수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며 아렌트가 강조한 인간으로서의 활동적 삶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기본적으로 익히고 배우게 해야 한다. 스포츠에도 인간답게 사는 철학과 지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폭력적인 행위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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