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학교폭력은 교사·감독·코치의 역할 부재가 원인이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학교폭력은 교사·감독·코치의 역할 부재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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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쌍둥이 배구선수와 미스트롯2 가수가 쏘아 올린 ‘학교폭력 미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체육계 지도자, 야구 선수, 연기자, 소방관, 경찰관이 됐다며 그동안 몇 년에서 몇십년을 참아왔던 피해자들이 봇물 터지듯 자신들의 피해사례를 폭로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모두 용기 있게 나서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사회적인 죗값이라도 치르게 해야 한다. 이번 학교폭력 사태의 처리 결과에 따라 학생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본보기 사례가 된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저지른 잘못이라도 친구에게 행한 폭력은 용서되지 않고 언젠가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 의하면 가해 경험자의 가해 이유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28.1%)’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때문에(8.3%)’ ‘강해 보이려고(5%)’ 등으로 조사됐다. 장난삼아 던진 돌멩이가 개구리의 목숨을 위협하는지 모르고 하는 행동을 친구에게 한 것이다. 반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 중 17.6%는 보복이 두려워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참았던 아이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용기 내어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사례가 주로 체육계에서 많이 나오자 서울시교육청도 발 빠르게 대응해 앞으로 서울 지역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훈련·대회 참가를 제한하고 체육특기자 자격도 박탈하기로 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판정된 학생 선수는 일정 기간 훈련·대회 참가 등 학교운동부 활동도 제한된다. 또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 시 체육특기자 자격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규칙개정도 할 예정이다. 체격이 좋아 운동 좀 한다고 친구를 괴롭히던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환영할 만한 강력한 조치다.

그동안 우리나라 체육이 엘리트 체육에 매달리며 부작용을 간과해 체육계에 폭력이 만연했다. 운동에 한번 발을 들이면 수업도 받지 않고 6~10년을 합숙하며 운동만 하니 한 번도 맞지 않고 운동한 사람은 거의 없다. 선배 기수에서부터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줄빠따를 치기도 하고 경기에서 지면 감독, 코치가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 감독과 코치를 자질과 인성보다 실력으로만 대물림하듯이 선발한 탓이다. 특히 단체 운동을 한 선수들은 대부분 그런 폭력을 감수해야 끝까지 운동선수로 살아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윗물이 더러우니 선후배끼리 폭언, 폭행은 예사롭지 않게 행해진다. 이제는 엘리트 체육에서 벗어나 스포츠를 생활체육으로 전환해 합숙을 금지하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지닌 학생만 체육특기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후진국이던 시절 국위 선양과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올림픽 금메달이 필요했다. 금메달리스트에 환호하며 눈물 흘리던 시절도 아니다. 올림픽 메달 하나면 모든 게 용서되는 분위기를 없애지 않는 한 폭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국가대표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친구를 괴롭히고 위협까지 했던 인성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국가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그 선수의 경기를 TV에서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 호소인 같은 억지 궤변으로 가해자를 두둔해서는 안 된다.

학교 다닐 때 친구는 가장 소중한 존재다. 어쩌다 친구와 한두 번 싸울 수는 있지만 반복해서 친구를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하고 빵셔틀을 시키면서 괴롭히는 건 철없는 치기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이용해 약하고 힘없는 친구를 괴롭히며 즐길 수 있는 인성을 지녀야 가능한 행동이다. 누군가에게 단발성으로 당한 폭력도 평생 기억에 남는데 학교 다니며 반복적으로 당한 학교폭력은 평생 절대 잊히지 않는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행해지는 지금의 사회적 형벌이 가혹한 게 아니다. 수십 년 동안 트라우마로 대인기피증마저 생기고 우울증약을 달고 사는 피해자도 있다. 그런데 가해자는 TV에 나올 정도로 성공해서 떵떵거리며 과거를 숨기고 산다면 누구나 울화통이 치민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교사와 감독,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얼굴, 신체, 눈빛을 관찰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교사와 감독, 코치의 역할 부재와 묵인, 방조가 학교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다. 1년에 두 번 컴퓨터실에서 친구와 붙어 앉아 인터넷으로 조사하는 학교폭력피해 실태조사부터 바꿔 제대로 피해 사실을 폭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학교폭력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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