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민정수석 사의 표명에 국가 기강이 쑥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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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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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을 맞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철저하게 반(反)트럼프 정책을 쓰고 있다. 이는 이미 예견된 상황으로 멕시코 국경지대에 설치된 철책 철거 정책 등이 그 좋은 사례인바, 미국정부가 전통적으로 ‘특급대우’ 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에게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절친인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개무시하는 중인데, 외국 정상과는 두루 통화하면서도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서만 통화 패싱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중동 최대의 동맹국가로서 사우디와 혈맹을 다져왔던바 통화 패싱은 이례적 사건이다. 미국 같은 나라도 국가이익이나 정권을 위해 특정인과 특정국가에 대한 무시전략으로써 패싱(Passing) 한다는 것이니, 이는 동서고금에서 널리 사용돼온 술책으로 우리나라라고 다를 리 없다. 현재 ‘신현수 패싱’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의 청와대 민정수석, 신현수 수석의 사의 표명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가 않은데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신현수 전 민정수석과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신현수 전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사정비서관을 했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선거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으며, 그 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직을 맡아온 문 정권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민정수석으로서 유일하게 검찰 출신을 앉힌 것인데, 박범계 법무장관의 검찰 인사와 관련된 ‘민정수석 패싱’으로 자신의 한계를 느낀 신 전 수석이 사의를 표했고, 그가 정식적으로 사의를 철회하지 않아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져 있다.

통상적으로 볼 때 민정수석이 대통령 임기 1년여를 남겨놓고 임명되는 경우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가자는 것인데, 신현수 전 수석이 임명된 지 두 달이 채 안 돼 사의를 표한 것은 청와대의 이상 기류 현상 탓이 아닐까.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신현수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직접 발탁한 것은 끝까지 함께 가자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분명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박범계 장관의 ‘신현수 패싱’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권력 내에서 발생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현수 민정수석 임명 당시 청와대에서는 “(신임 민정수석의) 풍부한 법조계 경력을 바탕으로 균형감과 온화한 인품, 개혁 마인드와 추진력을 겸비해 권력기관 개혁 완성과 국민들의 민심을 대통령께 과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라 치켜세웠다. 그 중에서도 문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이후부터 인연을 부각시키면서 신임 민정수석의 충성심과 직무 역량을 높이 평가해 왔던 터에 일이 꼬이고 말았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정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현수 전 수석이 임기 말을 맞게 될 문재인 정권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건의하며 고뇌한 부문들이 많았다고 한다. 여러 현안 가운데 여권에서 쟁점화시키고 있는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사찰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개입하면 선거법 위반소지가 따른다는 점, 현재 공석중이고 무용지물화 돼 있는 특별감찰관을 빨리 지명하는 문제, 공수처도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점 등에 대해 나라를 걱정하고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정상적 직무 수행을 위해 우국충정 심정으로 고언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면서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게 했다는 것이니 신 전 수석이 문 정권의 걸림돌로 치부되고 낙인찍힌 것일까.

지난 1월 신현수 민정수석이 발령받고 난 뒤 “어려운 시기에 소임을 맡게 됐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는 인사 소감을 밝혔고, 순장조로서 마지막까지 대통령을 모실 것을 다짐했지만 한 차례 파동을 겪고 그의 역할이 불분명한 상태다. 공사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 ‘남을 배려할 줄 알며 부드럽고 합리적이며 원칙론자’로 칭송받았던 신 전 수석도 사람인지라 ‘문 정권 걸림돌’ 민정수석으로서 평가된 마당에 더 이상 할 역할이 없다 판단했을 터, 그러한 상태에서 막연히 자리나 지키며 나라세금 축내는 것은 스스로 참기 힘들 것이니 눈길 차가워진 대통령을 모시기가 오죽 거북하겠는가.

청와대 민정수석은 차관급이지만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번 ‘신현수 파동’에서 읽을 수 있는 게 하나 있으니, 2015년 1월경 박근혜 정권 시절 비서실장과의 갈등으로 김영한 민정수석이 사표를 내자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 기강의 비정상 상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의 항명 사퇴의 태풍이 국가의 기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던바, 신현수 파동이 봉합됐다고 하나 지금이 꼭 그때와 같은 상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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