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사태 5년②] 장로교 최고 신학대의 현주소… 5년도 넘은 총신대 학내 갈등
[총신대 사태 5년②] 장로교 최고 신학대의 현주소… 5년도 넘은 총신대 학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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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학교 사태 일지. ⓒ천지일보 2021.2.21
총신대학교 사태 일지. ⓒ천지일보 2021.2.21

총신대 사태 5년, 어디까지 왔나<2>

학생은 건물 점거 학교는 용역동원, 학사 행정 마비까지
이번엔 사태 재발 방지 위한 정이사 후보 추천 과정 논란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쾅쾅’ ‘쨍그랑’ “철수시켜!”

2018년 3월 17일 밤 10시 50분, 총신대학교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는 신학대생들이 있는 캠퍼스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은 마스크를 쓴 40여명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쇠 파이프로 유리창을 깨고 학생들이 점거 중인 4층 전산실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용역업체 직원들을 고용한 것은 다름 아닌 총장 측 학교 직원들이이었다.

이들은 학생들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이 쌓아 올린 책상들과 집기류를 제거하고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수십 명의 용역들과 학생들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양측의 부상자도 속출했다. 용역들과 밀고 당기는 상황에서 용역을 처음 목격한 여 학우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울기도 했다.

전산실을 두고 벌인 용역과 학생들 사이의 대치 상황은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의 중재로 정리됐다.

한국교회 교단 중 교세로 양대산맥을 이루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측 신학대학교 총신대학교. 354쪽 분량의 백서를 바탕으로 총신대 사건 전말을 재구성해 봤다.

백서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길자연 목사가 총장에 취임한 201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총신대 학생들은 길 목사를 총장으로 원하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때 금권 선거 의혹에 휘말리고, 아들 길요나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했다는 이유 등에서였다.

그러나 김영우 목사를 포함한 재단이사들과 운영이사회 임원들로 구성돼있었던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학생들의 격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길자연 목사를 총신대 5대 총장에 당선시켰다.

이에 학부생들은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을 규탄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취임 후에도 총장 자격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길자연 총장은 2014년 3월 28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중직 논란에 휩싸인 총신대학교 총장 김영우(서천읍교회) 목사. (출처: 총신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이중직 논란에 휩싸인 총신대학교 총장 김영우(서천읍교회) 목사. (출처: 총신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그의 총장직 사퇴서 제출로 총신대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총회와 대립관계에 있던 김영우 총장이 당시 총회장 백남선 목사와 ‘길자연 총장의 잔여 임기(2017년 12월)까지 총장직을 수행하겠다’고 합의, 2015년 7월 10일 6대 총장에 취임하게 됐다.

이후 2017년 김영우 총장의 사유화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서 학내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총회의 지도를 받는다’는 정관 문구와 ‘정년 조항’을 없애는 등 정관을 고친 것도 학내갈등의 요점이 됐다. 1901년 교단이 세운 신학교가 교단 의사에 반해 사실상 독립을 선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김영우 목사는 전 총회장에게 합동 부총회장에 오르게 해달라며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으나 총장직을 잃지 않게 또 정관을 변경, 총장직을 박탈당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백서는 이에 대해 “김영우 총장의 편법, 탈법, 위법, 총회 결의 위반, 횡령, 배임 등의 범죄를 방치하거나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은 총신대의 흑역사이자 민낯이었다”고 평가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0일 오후 총신대 제2종합관 앞에서 한 학생이 ‘저는 정상적인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학생들은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재판 중인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에 사퇴를 촉구하고 있으며, 지난 1월부터 학교를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총신대학교의 정상화를 바라는 모임’에 따르면 총신대 학부 학생들 수업거부 자수는 19일 12시 기준 330명이다. ⓒ천지일보 2018.3.2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0일 오후 총신대 제2종합관 앞에서 한 학생이 ‘저는 정상적인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학생들은 배임증재 등 혐의로 재판 중인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에 사퇴를 촉구하고 있으며, 지난 1월부터 학교를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총신대학교의 정상화를 바라는 모임’에 따르면 총신대 학부 학생들 수업거부 자수는 19일 12시 기준 330명이다. ⓒ천지일보 2018.3.20

김영우 총장이 배임증재로 기소돼도 총장직에서 버티자 학생·교수, 교단구성원들은 김영우 총장에게 애초 약속대로 길자연 전 총장의 잔여 임기인 2017년 12월 말까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신대원생들은 집단으로 수업 거부를 선언했고, 기말고사는 물론 졸업을 거부하겠다는 신대원생들도 속출했다.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일까. 김 총장은 2017년 12월 15일 돌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재단이사회는 곧바로 후임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사회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이사회는 대행 체제로 갈지 아니면 이참에 새로운 총장을 선출할지를 놓고 토론한 결과 김영우 목사를 7대 총장을 뽑자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은 2015년 7월 취임 이후 총 6년 반의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었다. 분노한 총신대 신대원생들은 지난 1일 원우회 임시총회를 열고 김영우 총장 퇴진을 요구 집회에 이어 7일부터는 또다시 2학기 남은 수업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총장 및 재단이사회를 향한 학생들의 규탄은 학교 전산실과 건물을 점거로 이어졌다. 교수진들과 예장합동 측 목회자들이 가세하며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곧장 비상사태가 조성됐다.

지난달 18일 총신대학교 종합관과 신관 입구 현관문에는 컨테이너박스가 설치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학생들은 종합관과 신관을 전체 점거했고 이를 해산시키기 위해 학교 측의 용역이 동원됐지만 사태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18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총신대학교 종합관과 신관 입구 현관문에 컨테이너박스가 설치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학생들은 종합관과 신관을 전체 점거했고 이를 해산시키기 위해 학교 측의 용역이 동원됐지만 사태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18

2018년 1월 4일 총신대 신대원 비대위(회장 곽현락)와 학생들은 사당동 캠퍼스 본관에서 신대원 입시 비리 책임자 사임을 촉구하며 단식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총회는 총신대 문제를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총신대 정상화를 주장하며 수업거부에 돌입했던 신학대학원 학생들의 구제를 위해 ‘강도사고시 응시자격부여’를 심의 안건으로 상정, 논의 끝에 통과시켰다.

3월 개강 이후에도 학생들의 학교 점거는 해제되지 않았고, 총장 측 재단이사회는 급기야 용역까지 동원해 점거해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시도는 역효과를 낳았다. 학생들은 해머와 쇠지레 등 흉기를 든 용역을 동원했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대외 이미지는 추락했다.

총신대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한때는 교육부가 개입하면서 부터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2018년 3월 교육부는 직접 조사단을 급파했다. 4월에는 제기된 의혹·민원 등과 관련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김 총장에 대한 파면과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 요구, 전·현직 임원 18명 전원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 측 이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즉각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는 한시적으로 재단이사들이 권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줬다. 권한을 되찾은 재단이사들은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가운데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총장은 2019년 5월 10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면서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맞게 됐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시각장애인 최초 총신대 제7대 총장으로 선출된 이재서(66세) 명예교수의 취임식이 30일 총신대 제1종합관 대강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시각장애인 최초 총신대 제7대 총장으로 선출된 이재서(66세) 명예교수의 취임식이 30일 총신대 제1종합관 대강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0

이에 총회는 김영우 총장을 대신하기위해 총장 선출을 위한 로드맵을 정하고 신임총장으로 시각장애인 이재서 교수를 선출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2019년 9월 24일에는 김영우 전 총장의 편에 서서 총신대 정관을 개정, 학교를 사유화 하려 한다는 의혹을 불렀던 전 재단이사회 인사들이 총회 석상에서 공식 사과하고, 각자 작성한 사과문을 총회 임원회에 제출하면서 학내 갈등은 마무리 됐다.

최근에는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이사 체제 전환을 결정하면서 총신대 사태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면서 총신대는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추천된 이사 후보들이 특정단체에 편중됐다는 공정성 의혹에 둘러싸인 한편 남여 성비 균형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이렇듯 총신대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가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총신대에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수년간 내홍에 시달린 총신대가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총신대학교 정이사 후보 명단. ⓒ천지일보 2021.2.18
총신대학교 정이사 후보 명단. ⓒ천지일보 2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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