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공수처, ‘권력 비호’ 의혹부터 먼저 다뤄야
[아침평론] 공수처, ‘권력 비호’ 의혹부터 먼저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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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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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무실 간판을 달았다. 김진욱 초대 처장이 우여곡절 끝에 임명되긴 했지만 차장과 하부 조직은 아직도 미구성 상태다. 공수처에서는 곧 자체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정원대로 그 조직원들을 임명하고 법정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신설된 기관이 업무기능면에서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자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봄이 무르익을 즈음엔 공수처 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이어진 환담 자리에서 첫 출범하는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립성과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중립성은 ‘정치로부터의 중립’을 의미하며, 독립성은 ‘기존 사정기구’로부터의 독립인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공수처는 우리사회의 공정성을 신장하고 공직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기관, 즉 고위공직자들의 청렴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구임에는 분명하다.

그처럼 공수처의 기능이 막중하고 권한이 막강한 만큼 김 처장에게 거는 문 대통령의 기대가 있었을 것이나,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시 주문했던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장 수여 당시에는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는데 이번 김진욱 공수처장에게는 그런 말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일부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대통령의 강조점을 듣고 권력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청와대까지 겨눈 사실 등에서 신임 공수처장에게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리수사 언급이 없었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다고 해도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 본인 또는 가족의 재임 중 비리를 수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말썽이 난 사건에 대해 눈 감을 수는 없을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소신대로 여당, 야당 눈치 살피지 않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본연의 직무를 수행해나가겠다는 것과 설령 수사를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수사 관행을 쇄신해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고, 또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것은 고위공직자에 한정되는 것이라 해도 분명 진일보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옥상옥(屋上屋)같은 수사기관인 공수처에 대해 일말의 우려는 존재한다. 그것은 일찍이 야당 등에서 공수처 설치를 반대해온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즉 공수처가 권력비호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인바, 공수처가 출범한 마당에 그 우려부터 먼저 불식시켜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차장 제청에서부터 수사관 충원 임명에 이르기까지 인적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신임 공수처장은 명심해야 한다.

이를테면 김진욱 처장은 차장 추천․제청에서부터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소신껏 행사해야 한다. 청와대가 선택한 인사에 대해 김 처장이 형식적으로 제청하는 우(遇)를 범하게 될 경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공수처가 권력기관의 앞잡이로서 행동할 계제는 다분하다. 그래서 차장 인선은 김 처장이 공수처의 본연의 임무인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합당하고 인권친화적인 수사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일이다. 또 수사 검사 등 임명에 있어서도 사회여론에서 우려가 되고 있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변호사 등의 대거 기용은 문제가 따를 것이다.

이왕 공수처가 출범했으니까 법대로 잘 운영돼야 할 것이다. 뭐라고 해도 공수처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누가 될지에 대한 정․관계(政官界)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시기에 중립적, 독립적 수사기관으로써의 상징성을 보여줘야 하겠다. 이 사안에 대해 지난번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김진욱 후보자에게 ‘1호 수사 대상자’를 여러 번 질의했지만 원론적인 입장만 들은 상태다. 공수처의 첫 수사 대상만큼은 헌법정신을 되새기고 법치주의에 입각해 누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 엄밀히 따져서 설령 그 대상 고위공직자가 권력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정의의 칼날을 빼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권력과 관련된 갖가지 국민적 의혹들이 많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채널A 사건에다가 최근에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의혹까지 겹쳐지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도 검찰 수사가 미진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권력형 비리 캐기에 특정 권력층이 주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그렇다면 안개 속에 빠져든 권력 개입 의혹에 대해서 공수처가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가 아닌, 모든 주요 사건 무마 의혹의 중심에 있는 사람, 그 고위공직자가 누구인지는 알 만한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터에, 이만한 공수처 ‘1호 사건’ 대상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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