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혼술로 마음 달래는 시대
[이재준 문화칼럼] 혼술로 마음 달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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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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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코로나19 때문에 주당들은 대부분 ‘혼술’을 한다고 한다.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어울려 한잔하며 정의를 나누던 시절이 까마득한 전설처럼 느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점들은 폐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며칠 전 종로1가에 있는 소머리 국밥집을 갔다가 굳게 문이 닫히고 주변이 폐허처럼 변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 이 국밥집은 입구에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밤새 뼈를 고아 국밥을 만들었던 식당으로 언론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이렇듯 서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들이 먼저 문을 닫고 있다. 손님이 없으니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주변의 식당들이 오후 4시부터 문을 연다고 입구에 써 붙였으나 시간이 돼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구수한 해장국 냄새와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가 좋았던 고가촌이 폐허로 전락한 것이다.

인적이 끊긴 골목을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서로 경계하며 피해 간다.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정말 숨이 막힐 것만 같다.

혼술, 자작의 선구자는 아무래도 당나라 주선 이태백이 아닌가 싶다. 이백의 산중대작(山中對酌) 가운데 절구를 보자.

꽃나무 아래 술 한 병을 놓고/ 벗도 없이 혼자서 마시노라/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그림자 비쳐 세 사람이 되었네(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

이백의 혼술은 풍류가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고독과 좌절로 생을 보냈다. 당시 수도 장안성의 색주가들은 술값이 비싸 가난했던 이백이 출입할 수 없었다. 선술집을 단골로 다니다 외상값이 많아 부인이 속을 썩였다는 일화도 전한다.

고전 춘향가에 나오는 이 도령이 남원부사 잔치 상에 비집고 들어가 토호들을 꾸짖었던 ‘금준미주천인혈 옥반가효만성고(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란 시구도 작자가 이백의 시 행로난(行路難)에서 따온 것이다. 춘향전 작가가 절묘하게 이백의 시를 표절한 것이다. 행로난의 시구는 다음과 같다.

‘금잔의 아름다운 술 한말 값이 천량이요, 옥반의 좋은 안주는 일 만냥 값이다(金樽美酒斗十千, 玉盤珍羞直萬錢).’

장안은 국제도시로서 부호한 상인들이 많이 찾아온 까닭에 주점 술값이 천금이었음을 알려준다. 혼술이 천재시인의 시흥을 부추겨 불후의 시를 탄생시킨 셈인가.

조선 중기 고산 윤선도는 남쪽 땅 끝 마을 해남에서 생을 다 보냈다. 귀양살이를 한 고산도 매우 외로워 항상 혼술로 마음을 달랬는데 어느 날 뜻밖에 친구가 찾아 왔다. 반가움에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그 풍류가 이백의 경지를 방불한다.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운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우움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코로나19 백신이 절박한 시대, 국정을 책임진 이들의 백신타령도 중구난방이다. 2월이면 맞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으니 믿는 수밖에. 사람들은 본래 뛰어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습성이 있는데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인적이 사라진 골목길, 서민들의 정서가 묻어나는 식당들이 빨리 활기를 찾아야 한다. 솔직히 혼술은 주당들에겐 별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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