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김정은 위원장! 김일성·김정일과 작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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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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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는 북한의 노동당 행사장에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내려지고 대신 김정은의 초상화가 올려진 것을 보고 조금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세 사람의 우상화가 그나마 한 사람으로 줄어드니 인민들이 좀 허리를 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개인숭배는 해롭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쏟아냈다.

그런데 이번 노동당 8차 대회 직전 북한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김일성·김정일 두 사람에게도 대표증을 수여해 세상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악의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 불만이 ‘정치적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혈통과 선대의 정치적 권위를 적극 이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을 보라. 1978년 개혁 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은 모택동과의 작별을 추호의 동요 없이 선언했다. 모택동은 1976년 사망했으니 불과 2년 전에 사라진 지도자를 서슴없이 물리친 것이다. 만약에 중국에서 모택동과의 작별이 없었다면 그후 눈부신 경제성장은 꿈도 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주저주저하고 있는가.

김정은은 2006년 김일성종합군사대학을 졸업했고, 2008년 3월부터 김정일의 업무를 직접 배운 것으로 북한의 비밀자료를 통해 최근 알려졌다. 2010년 후계자 시절 김일성의 모습으로 등장해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집권한 김정은은 집권 초기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에 기댄 유훈통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집권 4년차부터 김일성·김정일의 배지를 달지 않고, 신년사에서 김일성을 언급하지 않는 등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들어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대의 권위를 이용한 김정은의 정치행위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강조됐다. 김정은은 지난 2019년 10월과 12월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 백마 등정을 통해 제재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이른바 ‘항일빨치산 정신’으로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리설주가 김정은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개울을 건너는 사진과 함께 김정은이 리설주, 현송월, 박정천 등 고위 간부들과 모닥불을 피우며 손을 쬐는 사진을 공개하며 ‘김일성 향수’를 자극했다. 1930년대의 김일성, 김정숙의 모습이 백두산에 환생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농후했다.

‘대미(對美)정면돌파전’ 노선을 제시한 당 전원회의 이후 열린 지난해 1월 설맞이 기념공연엔 김정은의 고모이자 처형된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의 부인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6년 만에 등장했다.

앞서 김정은은 2019년 11월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40년간 해외를 떠돌던 김평일 전 주체코 대사를 불러들이기도 했다. 2017년 2월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이후 잠재적 도전세력인 김씨 왕조의 혈통이 해외에서 정치적으로 주목 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난해 북한은 자력갱생 전략인 ‘정면돌파전’을 강조했지만 누적된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및 무역 중단, 태풍과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김정은이 지난해 8월 당 정치국회의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자인하고 10월 노동당 75주년 기념열병식에선 ‘눈물쇼’를 보일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음을 자인했다. 김정은의 분신인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이어 ‘위임통치’를 한다는 국정원의 발표까지 나올 정도다.

위기상황에서 선대의 권위는 최근 들어 부쩍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북한 노동신문은 노동당 8차대회 대표자들에게 대표증을 수여하는 행사에서 고인(故人)인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 당대회 대표증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귀신의 환생’이란 말이 나올만한 일이 아닌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보다 미래의 본인의 청사진이 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밑천은 이미 바닥난 것이다. 미래로의 전진이 아니라 과거로의 회귀로 탈출구를 찾으려 함이 분명해 보인다. 과연 북한은 새해 2021년 어디로 갈 것인가. 답을 찾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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