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 1시간에 6명 살해 당한다… “남성들의 살인도 전염병”
세계 여성 1시간에 6명 살해 당한다… “남성들의 살인도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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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시티=AP/뉴시스]25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세계 여성폭력 퇴치의 날 기념 시위가 열려 여성들이 연막을 피우며 여성 폭력 반대 행진을 펼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AP/뉴시스]25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세계 여성폭력 퇴치의 날 기념 시위가 열려 여성들이 연막을 피우며 여성 폭력 반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

매시간 세계 女 6명 죽임당해

가해자 대부분 男파트너·가족

코로나 봉쇄로 폭력 신고 폭증

각국서 여성 살해 규탄 시위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에서 매 시간 6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 가족과 파트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여성 한 명이 3일마다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25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은 이 같은 내용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20’을 발표했다.

25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국제여성폭력철폐의 날 시위 중 페미니스트 단체인 라스 테시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5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국제여성폭력철폐의 날 시위 중 페미니스트 단체인 라스 테시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여자라서’ 하루 137명 죽는다

1999년 12월 유엔은 1960년 라파엘 트루히요 독재정권에 반대했던 세 명의 도미니카 정치운동가인 미라발 자매의 살인을 기념하기 위해 11월 25일을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는 20번째 기념일이지만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 상황이 여성 인권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유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성 인권 문제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각국이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남성에게 죽임을 당한 여성과 소녀들의 가해자 중 절반 이상이 현재 또는 이전 파트너다.

1시간에 6명의 여성들이 남성들에 의해 살해되는데, 유엔은 이를 ‘페미사이드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며 현재 코로나19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인(Homicide)의 합성어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살해되는 것을 가리킨다.

최근 유엔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137명의 여성들이 매일 파트너나 그들 가족의 일원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연간 총 5만명이 죽임을 당하는 셈이다.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는 전 세계 여성의 5분의 1에서 절반이 남성 파트로부터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를 받고 있음을 밝혔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여성의 45%가 피해를 입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북미는 32%, 서유럽에서는 여성의 22%가 피해를 입었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도 한 남성이 3일마다 여자를 죽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통계를 낸 1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수치다.

시모노비치는 “이들 중 상당수는 막을 수 있었다”며 국가마다 ‘페미사이드 감시·관찰 기구’를 설치해 이 문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 로마에서 국제여성폭력철폐의 날을 기념해 시위가 열렸다. (출처: 뉴시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 로마에서 국제여성폭력철폐의 날을 기념해 시위가 열렸다. (출처: 뉴시스)

◆코로나 봉쇄가 상황 악화시켜

올해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나라에서는 봉쇄로 인한 가정폭력 사건이 증가하기도 했다. 유엔과 유럽연합, 프랑스, 영국 등 많은 기관과 국가들은 모두 대유행은 남성들이 여성을 학대하는 추가적인 원천이었다고 인정했다고 이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기구 UNAIDS는 집에 갇힌 여성들을 지목하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성별에 따른 폭력이 크게 증가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여성 기관의 책임자인 펌자일 믈람보는 “남성의 폭력 또한 전염병이다”라며 “(피해 여성은)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에 더 오래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만 2억 4300만명 여성과 소녀들이 파트너로부터 성폭력이나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 올해 들어 가정폭력, 온라인 폭력, 아동 결혼, 성희롱, 성폭력 등의 신고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 국회 토론회에서 “규제로 인해 우리는 의도치 않게 심각한 고통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해 봉쇄 과정에서 가정폭력 핫라인이 급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다고 밝혔다. 3월과 6월 사이 폭력을 신고하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는 119.6%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성인권단체 ‘페멘’의 활동가가 국제여성폭력철폐의 날 시위 중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웃통을 벗고 항의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성인권단체 ‘페멘’의 활동가가 국제여성폭력철폐의 날 시위 중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웃통을 벗고 항의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함께 콘테 총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가속화할 것을 다짐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는데, 이들은 페미사이드를 ‘보이지 않는 유행병’이라고 불렀다.

프랑스에서는 봄철 1차 대유행 당시 정부에 신고된 가정폭력 신고가 42% 증가했으며 최근 새로운 봉쇄 조치가 내려진 이후에도 15%가 늘었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학대를 실제로는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상승폭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중해 동부의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코로나19 봉쇄 기고나 가정폭력예방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40%나 증가했다.

태국의 핫라인 1300건 통계에 따르면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의 40% 이상이 여성 폭력과 관련이 있었다.

영국 통계청은 경찰이 지난 3~6월 25만 9324건의 가정폭력 범죄가 신고됐으며 이는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영국 노동당의 닉 토마스 시몬스는 “이런 끔찍한 통계는 가정 내 학대의 고질적인 수준을 보여준다”며 “코로나19가 이런 흉터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최근 통계를 인용해 독일 여성들이 45분마다 현재 또는 이전 파트너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음을 밝히며 “이것들은 잔인한 사실들이다. 우리는 결코 여성이 폭력 위협을 받거나 공격당할 때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스탄불=AP/뉴시스]2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여성폭력 규탄 시위가 열려 시위대를 막은 여성 경찰 앞에서 한 여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이날 세계 각국에서 여성 인권 존중 촉구 집회가 열렸다.
[이스탄불=AP/뉴시스]2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여성폭력 규탄 시위가 열려 시위대를 막은 여성 경찰 앞에서 한 여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이날 세계 각국에서 여성 인권 존중 촉구 집회가 열렸다.

◆세계 곳곳서 여성들 목소리 내

이날 프랑스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세계 각국에서는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로마 피렌체에서는 여성들이 “여자는 장난감이 아니다” “(우리 중) 하나를 만지면 다 만지는 것” 등의 글이 써있는 빨간색 깃발을 들고 폭력에 항의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는 페미니스트 단체가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웃통을 벗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스페인 시위에서는 살해된 여성들을 위해 1분간 묵념을 가졌으며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도 여성들이 연막을 피우며 여성폭력반대행진에 나섰다.

올해 최소 234명의 페미사이드가 발생한 터키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는데, 광장 시위 금지령으로 인해 저지를 당했다. 이스탄불의 다른 곳에서는 약 2천명의 여성들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여성에 대한 폭력 퇴치에 관한 유럽 조약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탄불 시위에 나온 한 여성은 “법은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여기에 있다. 이 나라에서는 거의 매일 페미사이드가 발생하고 있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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