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공수처장 추천위를 비틀지 마시라
[정치평론] 공수처장 추천위를 비틀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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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까지의 지난 과정을 보노라면 참으로 길고도 어려운 과정이었다. 국회 첫 논의 과정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어렵게 되자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패스트트랙에 태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민의힘 반대로 힘겨운 싸움이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제까지 맞물리면서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어렵게 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시련이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출범을 위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구성하는 데서 또 벽에 부딪혔다. 국민의힘이 자당 몫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으면서 또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전체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를 확정할 수 있는 현행 공수처법을 활용해 2명의 추천위원 몫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공수처 출범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또 그렇게 해서 법적 시행일을 100일도 훌쩍 넘겨 버렸다.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최후통첩이 잇따르자 국민의힘이 지난 27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자당 몫 위원 두 명을 발표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봐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추천한 두 명의 추천위원 면면이 공개되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공수처를 출범시키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려는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구성 지연을 이유로 야당의 추천권 자체를 없애려는 민주당 움직임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그동안 미뤄온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그 내용부터 건강하지 못하다. 공수처 출범을 정상화하기 위해 추천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법을 개정해 국민의힘을 제외시킨 채 공수처를 출범시킬까 봐 그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추천한다는 뜻이다. 추천위원 추천은 법적 사안이다. 그럼에도 ‘빌미’ 운운하는 것은 공수처 ‘출범’이 아니라 ‘저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해석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천한 2명의 추천위원에 대한 우려는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공수처 설치가 아니라 저지를 위한 ‘방해위원’이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주 원내대표가 추천한 두 명 가운데 임정혁 변호사는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대체로 강성 보수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공안검사의 이력은 그 배경으로 꼽힌다. 다른 한 명인 이헌 변호사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로 역시 강성 보수 성향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조사 방해’ 논란에 휘말려 사퇴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특조위에 합류해서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상 규명을 방해했다면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는 익히 알려진 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공안검사 출신이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했던 일이든 이는 이미 과거의 일이다. 그때 비판을 받았다고 해서 앞으로의 일도 그럴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인간의 인식과 판단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정혁․이헌 두 명의 추천위원이 앞으로 어떤 결론을 낼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벌써부터 추천위원 사퇴나 교체 등의 얘기는 너무 앞서는 주장이다. 미래의 특정한 상황을 가정해서 다시 정쟁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남는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초대 공수처장을 정말로 중립적이고 훌륭한 인사를 추천하고 싶었다면 그에 합당한 인물로 추천위원을 발탁하는 것이 더 옳았다. 그것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추천위원 추천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앞으로 있을 논의 결과에 더 큰 위험이 예고되는 상황이라면 주 원내대표의 용인술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정치인의 용인술은 그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것을 주 원내대표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 원내대표의 메시지는 어떻게 전해질 것인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혹여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천한 김정혁․이헌 두 명의 추천위원이 마치 세월호참사 특조위 때의 그런 행태를 보인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명분으로 표결을 방해하고 심지어 회의를 보이콧 하거나 끝까지 공수처 출범을 저지하려 든다면, 그때는 국민의 거센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을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비난과 함께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적 바람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칫 국민의힘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때는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개정해서 국민의힘을 제쳐놓고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더라도 국민의힘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런 일만은 피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는 이미 법으로 확정됐다. 이젠 최적의 공수처장을 추천하는 일만 남아있다. 국민의힘이 반대한다고 해서 이쯤에서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최적의 후보를 놓고 세밀하게 검토하고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그것이 대안을 찾고 국민과 함께 하는 길이다. 꼼수로 정수를 억누른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비대위 체제다. ‘비상’이란 말은 그만큼 당 안팎의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비상시기에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인지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 그 구체적 메시지를 이번에 김정혁․이헌 두 명의 추천위원이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 어렵게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부디 더 이상 비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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