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가난한 구단이 부자 구단을 이기는 이유
[스포츠 속으로] 가난한 구단이 부자 구단을 이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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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세상을 뒤집어서 보면 새로운 관점이나 생각이 생길 수 있다.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눌러 이기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약자가 강자를 꺾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약자가 승리한 동기나 이유를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법칙이나 이론을 도출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이자 스토리텔러인 말콤 그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은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은 약자가 강자를 이긴 대표적인 예이다. 둘의 싸움에서 이긴 것은 거인 골리앗이 아니라 소년 다윗이었다. “세상은 거대한 골리앗이 아니라 상처받은 다윗에 의해 발전한다”는 게 그래드웰의 주장이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크게 요동치는 미국 프로야구(MLB)에서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한국인 선수 최지만이 활약하는 탬파베이 레이스이다. 스포츠계약정보 사이트인 스포트랙에 따르면 레이스는 2829만달러(약 322억원)로 MLB 30개 팀 가운데 최하위권인 28위이다. 레이스는 적은 예산 아래서도 유망주를 발굴, 육성해 2008년부터 지금까지 6차례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레이스는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물리친 데 이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에서도 휴스턴 애스트로스마저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모두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빅 마켓’ 팀을 잇달아 꺾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레이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LA 다저스도 선수단 연봉이 1억 792만달러(1229억원)로 레이스보다 4배 정도 더 높다.

레이스는 서부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함께 MLB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구단이다. 그래서 ‘스몰 마켓’이라고 불린다. 레이스는 올해 포스트시즌까지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부자 구단들의 롤모델로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뉴욕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탬파베이는 현재 우리 팀보다 훨씬 나은 프랜차이즈”라며 찬사를 보냈다.

레이스의 경쟁력은 결코 요행이 아니다. 각종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투수 평균 자책점에서 3.65로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고, 올해에는 3.56으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팀당 경기수가 60게임으로 줄어들면서 레이스는 훨씬 유리해진 경기내용을 보여줬다. 선발투수 찰리 모튼 이외에 지난 2년간 3000만 달러의 고액 연봉 선수를 보강하지 않은 레이스는 예년에 비해 3분 1정도로 줄어든 올 시즌에서 구원 투수들을 3이닝씩 나눠 던지게 하는 효과적인 계투작전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1점차 승부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코칭스태프들의 치밀한 전략에서 비롯됐다.

레이스는 큰 일보다는 작은 일을 꼼꼼히 처리하며 실속을 챙기는 경영철학을 구현하는 팀이다. 연봉이 비싼 미국보다는 중남미, 아시아권을 뒤져 유망주들을 낮은 가격에 확보해 좋은 선수로 키워내는 ‘팜 시스템’을 운영한다. 방출멤버로 떠돌던 최지만을 비롯해 여러 선수들을 이런 방법으로 찾아냈다. 과도한 비용을 줄이면서 필요할 땐 자산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트레이드와 자유 계약선수들을 받아 전력을 보강하기도 한다.

21일부터 7전4선승제로 벌어지는 올 월드시리즈에서 가난한 구단 탬파베이 레이스가 부자 구단 LA 다저스마저 물리친다면 MLB는 혁명적인 가난한 구단 경영 방식이 보편적인 틀로 자리를 잡을 공산이 크다. 2000년 초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머니볼 이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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