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펜대신 전쟁 속 총을 잡은 여성들… 영화 ‘태양의 소녀들’
[리뷰] 펜대신 전쟁 속 총을 잡은 여성들… 영화 ‘태양의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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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양의 소녀들' 포스터(제공: 더쿱)
영화 '태양의 소녀들' 포스터(제공: 더쿱)

이라크 야지디족의 실화 배경

여자 종군기자와 사령관의 이야기

전쟁의 참혹함 속 여성의 삶 조명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우린 포로였지만 전사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살기 위한 우리의 분노를.”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시간동안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또한 오랜 기간 전쟁을 쉬고 있을 뿐, 여전히 종전 선언을 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살아가고 있다.

22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태양의 소녀들’에서는 이러한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시리아 등지에서 활동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2014년 8월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 IS와 싸운 야지디족 여전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 '태양의 소녀들' 스틸컷(제공: 더쿱)
영화 '태양의 소녀들' 스틸컷(제공: 더쿱)

프랑스의 베테랑 종군기자 마틸드(에마뉘엘 베르코)는 목숨을 걸고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 ‘걸스 오브 더 썬’에 합류한다. 걸스 오브 더 썬은 IS에게 아버지와 남편이 살해당하고 어린 아들들을 빼앗겨버린 이라크 야지디족의 여성들이 모여 만든 전투 부대다. 이슬람에서는 여성들의 손에 죽으면 천국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들의 부대는 더욱 특별함을 지닌다.

영화에서는 두 여성의 이야기로 내용이 전개된다. 종군 기자 마틸드는 3개월 전 폭탄으로 남편을 잃었고 딸은 그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파편에 맞은 한쪽 눈을 가린 채 기자의 사명감으로 전쟁 속에 뛰어들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걸스 오브 더 썬의 사령관 바하르(골쉬프테 파라하니)는 IS의 테러로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 이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 속 아픔을 함께 공감하면서 영화를 이끌어간다.

바하르는 프랑스에서 공부한 변호사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IS에게 아버지와 남편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아들도 빼앗긴 채 자신 또한 전쟁포로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성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함께 있던 여동생마저 적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빠져나갈 궁리를 모색한다. 포로의 삶을 살아가던 중 목숨을 걸고 극적으로 탈출한 바하르는 걸스 오브 더 썬을 이끄는 사령관이 된다.

평생 펜을 잡고 살아가던 그녀의 손에는 이제 총이 놓여 있다. 정장 대신 군복을 입으면서 총과 폭탄의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을 통해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느낀다. 걸스 오브 더 썬의 부대원들이 희망을 잃지 않은 채 그 참혹한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용기는 지키고 싶은 것을 향한 사랑과 모두의 생명과 자유를 위한 것이었다.

영화 '태양의 소녀들' 스틸컷(제공: 더쿱)
영화 '태양의 소녀들' 스틸컷(제공: 더쿱)

적군에 들어가기 전 마음을 다잡는 ‘우리의 외침’ 속에서 걸스 오브 더 썬의 부대원들은 “함께라면 우린 두려움보다 더 강하다! 여성과 생명, 자유를 위해!”라고 외치며 한껏 두려운 마음을 억누른다. 결국 이들은 지하 통로를 통해 적진으로 들어가 적군을 소탕하고 바하르는 테러 훈련을 받던 아들을 찾게 되면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전쟁을 그리고 있지만 아주 잔인한 장면들은 조용히 처리한다. 전쟁의 참혹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폭탄 소리나 잔인하게 학살하는 소리 등을 넣었던 여타의 영화들과는 결을 달리 한다. 오히려 그 소리를 죽이고 전쟁 안에서 살아가는 마틸드와 바하르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전쟁으로 어그러져버린 삶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감독은 이러한 삶을 조명하기 위해 전쟁의 원인이 되는 종교·정치의 문제들은 과감하게 삭제시켰다. 이에 대해 에바 허슨 감독은 “영화가 정치적인 갈등에 잠식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전쟁은 어떤 이유가 됐던 모든 것을 없애버린다. 삶의 터전을 없애며 소중한 가족을 잃고 온전한 ‘나’의 삶 또한 없애버린다. 특히 무력의 전쟁 앞에서 약한 여성들은 굴복해야 했으며 남성들의 결정에 따라야만 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여성들의 모습에 집중했고 이는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8년 제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 이 영화는 에바 허슨이라는 여성 감독과 전쟁 중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거기다 당시 칸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공식 상영에 앞서 1회부터 71회까지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여성 감독들의 숫자를 의미하는 82명의 여성 영화인들이 세상의 차별에 맞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여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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