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가을 계곡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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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계곡

김민정(1959 ~  )

청도 남산 구절초가
진저리를 치는 동안

단풍도 덩달아서
밀서를 쓰고 있다.

밀정이 다녀갔는지
물소리가 높아진다.

 

[시평]

모든 계절의 계곡은 그 나름의 아름다움과 정취를 지니고 있다. 그런 중에 가을철의 계곡은 더욱 뛰어난 정취를 지닌다. 가을이 지닌 다양한 빛깔의 아름다움과 함께 가을의 계곡은 물씬 고아한 내음이 풍기는 정취를 지닌 계곡이다.

나뭇잎들이 온갖 형태의 빛으로 변해 울긋불긋 수놓고 있으며, 더욱 맑아진 계곡의 물소리는 한층 정갈하고 투명한 소리로 흘러간다. 더구나 드높고 푸르른 하늘이 푸근하게 감싸고 있는 가을의 계곡이 지닌 아늑함은 여느 때의 계곡과 비교할 수 없는 정취를 지닌다.

가을이 왔다. 경상북도 청도 남산 어느 깊은 계곡 구절초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그러므로 구절초를 비롯한 들국화의 아름다운 향기가 마치 진저리를 치듯이 계곡을 가득 메운다. 아, 아 이제 참으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구나. 그래서 온갖 빛깔로 물들어가는 단풍들도 남몰래 밀서를 쓰듯, 저마다의 색깔과 형태로 더욱 강렬하게 물들어 가고 있다.

가을의 계곡은 봄의 계곡 마냥 화사하지도 않다. 또한 농익은 여름의 계곡 마냥 짙푸르지도 않다. 가을의 계곡은 은밀해 마치 아무도 모르게, 은밀한 사명을 띤 밀정이 다녀간 듯한, 그러나 온갖 빛깔로 화려하게 물드는 은은한 화려함이 있다. 마치 밀정의 지시를 받은 듯이, 가을의 계곡은 감추어진 내면에서부터 보이지 않게, 그러나 뜨겁게 타오른다. 그리하여 온 계곡을 붉게 물들여 놓는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마저 덩달아 그 소리 높이며, 가을 속으로 흘러 흘러서 간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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