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의료기기인가
[IT 칼럼]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의료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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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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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의료기기로 판단하고 제조사 한 곳을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식약처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1회에 특정 1명의 체온을 수치로 정확히 측정한다’는 이유로 의료기기라고 판단했다. 화면에 등장하는 불특정 다수의 체온 상태를 색깔로 표시하는 열화상 카메라는 이 기준에 맞지 않아 의료기기에서 제외했다.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는 안면인식용 카메라와 적외선 감지 카메라를 탑재해 사용자 얼굴을 인식, 마스크 착용 여부를 판별하고 체온까지 측정한다. 관리 인력이 필요하지 않는 등 발열자 통제가 수월하다는 장점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속히 보급됐다. 공공기관이나 대형쇼핑몰, 극장, 호텔,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 수 많은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되 사용 중에 있다.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의료기기라는 정부의 뒤늦은 공식 판단에 정보기술(IT)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의료기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 관련 인증을 받지 않은 수많은 제품과 제작·판매한 회사는 자기도 모르게 범법자가 됐다. 또한 이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방역 현장도 대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도 의료기기로 인식한 업체는 판매를 중단하고 인지하지 못한 업체는 계속 판매하는 등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미 팔린 수많은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거리다.

그동안 업계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열화상 카메라’와 같은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군으로만 인식해 온 것이다. 또한 업계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의료용 기기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의료기기 보조제품이라면서 “식약처로부터 어떠한 공문이나 의료기기 등록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 판단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 이후 6개월 동안 어떤 조치도 없던 정부는 최근에서야 의료기기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방역현장에서 퍼진 것이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외국산 수입 등을 통해 단순 판매하는 업체만 100여개사에 이르고, 국내에서 개발·생산하는 업체도 10개사 내외라고 한다. 이 가운데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업체는 거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판매되는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의료기기로 볼지 여부다. 의료기기법 2조에 따라 식약처는 이 제품을 체온을 수치로 정확히 측정하는 ‘체온계’라고 판단했다. 반면에 IT 업계는 정확한 체온 측정이 필요한 의료용이 아니라, 고온 발열자를 감지해내는 ‘보조기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당 장비 사용이 의료행위를 전제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기법 적용 자체가 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는 발열 여부만 확인할 뿐 정확한 체온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업계는 시장과 방역 현장의 대혼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코로나19 상황에서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방역에 많은 기여하는 점을 고려해 합리적 사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에서도 이미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비슷한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 체온측정을 목적으로 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의료기기로 판단하고 관련법에 따라 시판 전에 신고(510K)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비상사태 기간에 한해 510K 허가 없이 판매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침을 내놨다.

우리 정부도 규제 일변도로 나오기보다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방역대책의 효과성과 신산업 육성 측면을 고려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기존 의료법이나 의료기기법에 저촉되나 새로운 혁신제품의 출현에 대비한 법령 개정 등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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