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삶의 역경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씨앗 ‘저 산 너머’
[리뷰] 삶의 역경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씨앗 ‘저 산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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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 산 너머’ 스틸컷
영화 ‘저 산 너머’ 스틸컷

 

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마음 밭에 심겨진 씨앗 찾아”

어린이날, 꿈을 전해주는 영화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내 마음 밭에 무슨 씨앗이 심어졌는지 우예 압니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사회에 따뜻한 희망의 씨앗이 전해졌다. 바로 지난달 30일에 개봉한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다. 이 영화는 2009년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의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작은 동화 ‘오세암’을 집필한 고(故) 정채봉 작가가 1993년 소년한국일보에 ‘저 산 너머’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것을 엮어낸 책이다.

경상북도 군위, 일제강점기인 1928년 7살의 수환(이경훈)은 8남매 중 늦둥이로 어머니(이항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었다. 아버지(안내상)는 자리를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고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 속에 어머니는 온갖 일을 하면서 살림을 꾸려나갔다. 8남매 중 6명은 이미 출가했고 바로 위의 형 동한(전상현)과 함께 생활하는 수환의 성장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수환의 할아버지 김익현(송창의)이 관아로 끌려가는 모습(영화 ‘저 산 너머’ 스틸컷)
수환의 할아버지 김익현(송창의)이 관아로 끌려가는 모습(영화 ‘저 산 너머’ 스틸컷)

◆ 3대의 꿋꿋한 믿음

동한은 집에 찾아온 윤 신부(강신일)에게 “집이 가난해서 아버지를 미워했다”며 울면서 말한다. 그러자 윤 신부는 수환과 동한에게 옛날이야기라며 그들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건너와 말씀을 선포하는 자리에 한 선비가 있다. 바로 김익현(송창의). 그는 명문가 집안의 양반으로 형님은 판서를 하고 자신은 참판까지 지냈던 인물이었다. 당시 천주교를 탄압하던 시기였지만 김익현은 ‘천주(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이어갔다. 김대건 신부가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순교하자 그 뒤를 이어 김익현이 말씀을 선포했고 그러던 중 ‘강씨 부인’과 인연을 맺는다. 천주교인들은 나라의 탄압을 피해 숨어 살면서 ‘옹기장이’를 업으로 삼아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배교한 한 신도에 의해 마을이 드러나면서 김익현과 강씨 부인은 관아로 끌려갔고 임신 중이던 강씨 부인은 ‘아이를 낳으면 다시 돌아온다’는 조건 하에 풀려난다.

하지만 김익현은 모진 고문 끝에 순교했고 강씨 부인은 옹기 가마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를 낳아 데리고 도망친다. 이 아이가 바로 수환의 아버지. 그랬기에 그는 가난한 ‘옹기장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는 아내에게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했다. 자신은 믿음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아이들을 믿음으로 키우지 못했음을 고백하면서.

수환의 어머니는 어느 날 사제서품식을 보면서 결심한다. “천주님께 내 아이들을 바치리라.” 남편의 고백 또한 결심의 한 몫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수환과 동한을 앉혀놓고 이야기한다. “너희의 가슴 속에 내가 아닌 천주님을 품어야 한다.”

◆ 각자의 마음 밭에 심겨진 씨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천주님은 각자의 마음 밭에 씨를 심어두셨다. 나는 너희들의 마음 밭에 천주님의 씨앗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신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한다. 형 동한은 ‘신부가 돼 천주님께 효도하는 것이 어머니께 효도하는 것’임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수환은 가난을 탈피하고자 인삼장수가 되고 싶었고 어머니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때부터 수환은 “내 마음 밭에는 어떤 씨가 심겨져 있을까”라고 고민한다. 윤 신부에게 찾아가 물어보기도 하면서.

결국 수환은 먼저 신부가 되기로 결심해서 떠난 동한과 그를 따라간 어머니를 그리워하다가 깨닫는다. 파랑새처럼 날아온 첫사랑 ‘선자’가 있었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이미 심겨져 있던 ‘믿음’의 씨앗을 발견한 수환은 마음이 향하는 ‘고향’을 찾아 나선다.

“고향은 마음이 가는 곳인기라.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이 고향인기라.”

영화를 보면 곳곳에서 종교의 색채가 묻어나지만 결코 종교적인 영화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린 수환은 어머니가 말해준 자신의 마음 밭에 심겨진 씨앗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고향이 어디인지 계속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종교 영화가 아니라 어린 수환의 성장 영화가 됐다. 거기다 종교의 믿음을 강조하기보다 천주교 박해와 같은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종교를 엮고 부모의 사랑으로 꿈의 씨앗을 틔우는 아이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바깥 활동보다는 실내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이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찾기 위해 나선 수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상업영화가 아니기에 큰 재미보다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미래를 고민하는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보고 이해할 수 있을 영화다.

영화 ‘저 산 너머’ 포스터
영화 ‘저 산 너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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