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문화단독-고구려 와전의 비밀과 신비⑩] 치우얼굴 ‘大牟城吉’ 명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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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와당연구가
이재준 와당연구가

글자가 새겨진 와당은 편년이나 지명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 절터 등 불교유적을 답사하는 전문 학자들은 명문 기와를 찾게 되면 대어를 낚았다고 기뻐한다. 밝혀지지 않은 절의 이름이나 기와제작 연대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 문화에 영향을 끼친 중국 한나라는 기와에 많은 명구(名句)를 예서(隸書) 혹은 전서(篆書)로 새겼다. 장수(長壽) 혹은 복을 기원하는 축의를 담은 글로 후대의 서가들이 임서(臨書)하는 대상이 됐다. 조선 최고의 명필 김정희(金正喜)도 한나라 와당이나 동경(銅鏡)에 나오는 예서를 익혀, 독창적인 예서체를 완성했다. 기미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인 위창 오세창(葦滄 吳世昌)은 특별히 한나라 와당의 문양과 예서를 즐겨 써 일가를 이뤘다.

고구려 초기 왕도 국내성 건물지에서 나온 소위 권운문(卷雲紋) 명문와는 한나라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동안 많은 숫자가 학계에 소개됐다. 와당 외구에 여러 자의 글씨를 새긴 것들이다. ‘천추만세(千秋萬歲)’ 등 왕실의 평안을 기원한 명문이 있는가 하면 ‘태령4년(太寧四年)’ ‘건흥6년(建興六年)’ 같은 연호가 나와 와당 제작시기를 알려주고 있다. 학계는 태령4년은 325AD, 건흥6년은 391AD 동천왕2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모성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10.3
대모성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10.3

이번에 소개되는 와당은 ‘대모성길(大牟城吉)’이란 지명이 바른 글씨로 새겨진 독특한 와당이다. 대모성은 우리말로 ‘큰 성’이란 뜻으로 바로 고구려왕도 국내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왕성의 융성(吉)을 기원한 축의가 담긴 와당이다. 한나라 와당의 모양을 닮고 있으나 고구려식의 독창성이 엿보인다.

이 와당은 원형의 돌기된 자방 안에 사람얼굴을 배치했다. 인면은 3개의 뿔을 가지고 있으며 눈썹은 치켜세우고 입을 크게 표현하고 있다. 뿔과 형상으로 보아 고구려인들이 영웅으로 삼은 치우얼굴이다.

내구는 치우상을 중심으로 4구로 구획했으며 그 안에 ‘大牟城吉’이란 정자(正字) 해서 글씨를 양각했다. 주연은 넓으며 아무런 무늬가 없다. 크기는 경 11.7㎝, 자방 3.5㎝, 주연폭 1.5㎝, 두께 3.5㎝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많이 섞인 경질이다. 

대모성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10.3
대모성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1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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