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한달] “복구까지 하염없는 기다림”… 시간과의 싸움 시작한 이재민들
[강원산불 한달] “복구까지 하염없는 기다림”… 시간과의 싸움 시작한 이재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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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신창원 기자] 고성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을 앞둔 시점에 고성과 속초 피해지역에 야산이 검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 2019.5.3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고성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을 앞둔 시점에 고성과 속초 피해지역에 야산이 검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 2019.5.3

임시주거시설 아직 낯설고 불편

콘도 지내도 손님 때문에 눈치

이재민 ‘내 집 복구’만 바라봐

당국 “대책수립, 유례없는 속도”

[천지일보=홍수영·김성규 기자] 강원도 고성군·속초시 등의 산불로 큰 피해가 난 지도 4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정부당국은 지난 1일 산불 피해복구를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피해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화마가 모든 것을 앗아간 이재민들에겐 모든 것이 더디기만 하다. 피해주민은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지는 강원 산불 한 달을 맞아 강원도 고성군을 다시 찾았다. 토성면 봉포리 7반 마을 주민들의 대피소는 아직 비닐로 덮인 정자였다. 한 달 전엔 찬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 문이 굳게 닫혀 있었지만, 날이 더워진 지금은 활짝 열어놓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몇몇 주민들은 여전히 이 대피소에 모여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눴다.

봉포리 주민 남정옥(40대, 여)씨는 이날 생활에 필요한 물을 뜨기 위해 대피소를 찾았다. 남씨는 당국이 설치해 준 소실된 집 근처 임시주거시설(컨테이너 하우스)에 지내며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있었다.

그나마 눈 붙일 내 ‘공간’은 생겼지만,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물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다행히 생수는 지원받아 마실 물은 있으나 다른 용도로 쓸 생활용수가 부족해 대피소까지 물을 길러 온 것이다.

남씨는 “애초 모터를 이용해 지하수를 끌어 쓰고 있었는데, 산불로 지하수를 쓸 수 없게 됐다”며 “근처 집까지는 상수도가 들어온다는데 여기까지는 안 된다고 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도 설치가 안 됐다. 화장실을 놓으려면 정화조도 필요한데 컨테이너에선 그게 부족하다”며 “이달 안으로 임시주택이 다시 만들어준다는데, 그곳엔 화장실과 상수도를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당국은 이재민 566가구 중 임시조립주택 거주를 원하는 340가구를 위해 이달 가운데 입주가 가능하게끔 368개 동의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조금씩 이재민들의 일상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지만, 피해복구가 모두 완료되길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더디게만 느껴진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감정이다.

남씨는 “모든 게 착착 이뤄지면 모르겠는데, 워낙에 피해자들도 많고 순서라는 게 있어 마냥 기다리는 게 힘들다”며 “일단 컨테이너가 있어 한숨 돌리지만 불편한 건 여전하다”고 전했다.

다른 봉포리 주민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천지일보 강원=김성규 기자] 3일 강원도 고성군 천진초등학교 실내체육관 이재민 임시대피소에는 산불피해 초기에는 51세대 137명, 51동의 텐트가 있었지만 이재민 대부분 콘도나 연수원으로 이동해 이곳에는 16세대 30명 16동의 임시텐트가 남아있다.ⓒ천지일보 2019.5.3
[천지일보 강원=김성규 기자] 3일 강원도 고성군 천진초등학교 실내체육관 이재민 임시대피소에는 산불피해 초기에는 51세대 137명, 51동의 텐트가 있었지만 이재민 대부분 콘도나 연수원으로 이동해 이곳에는 16세대 30명 16동의 임시텐트가 남아있다.ⓒ천지일보 2019.5.3

엄미숙(55, 여)씨는 신경을 너무 많이 써 입이 돌아가고 몸살에 시달리다가 최근에야 조금 회복했다. 현재 근처 콘도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내 집이 아니고 정리가 안 되니 안정감을 느낄 수 없다. 며칠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매일 콘도에서 지내는 건 정말 답답한 일”이라며 “콘도도 영업을 해야 하니 손님을 받는데, 손님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도 임시로 얹혀사는 입장에선 눈치가 보여 싫은 소리 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마을 주민은 “처음엔 정신이 없어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얼마를 보상받아 집을 복구하나 이런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고, 윤정희(72, 여)씨는 “신경이 날카로워서 자그마한 일에도 주민들끼리 충돌하는 일도 생긴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상되는 보상 금액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걱정거리다. 김복순(72, 여)씨는 “춥기 전에 ‘내 집’에 들어가는 게 꿈”이지만 수억원이 들어가는 집 복구 비용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일 종합복구계획을 확정하고 1853억원의 복구비용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인명피해를 비롯해 주택 전·반파, 농·임업과 소상공인 피해 등 사유시설 복구엔 245억원(12.5%)만 들어간다. 나머지 1608억원(87.5%)은 산림·문화관광·군사시설 등 공공시설 복구에 쓰인다.

대신 정부는 국민성금 470억원을 주택 지원에 쓰기로 했다. 이미 주택 전파는 3000만원, 반파 1500만원, 세입자 1000만원, 이외 주택 피해자는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현재 주택이 전파됐다고 가정했을 때 성금 3000만원과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 정부가 줄 수 있는 주거 지원 보조비 1300만원, 도의 추가 지원금 등을 합치면 가구당 6000만원 안팎의 복구비를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정도 금액으로는 전파된 집을 온전히 복구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고 주민들이 여긴다는 것이다.

[천지일보 강원=김성규 기자] 3일 강원도 고성군 경동대학교 고성캠퍼스 실내체육관 앞에서 군인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전국에서 온 구호물자를 분류하고 체육관에 쌓아놓고 있다.ⓒ천지일보 2019.5.3
[천지일보 강원=김성규 기자] 3일 강원도 고성군 경동대학교 고성캠퍼스 실내체육관 앞에서 군인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전국에서 온 구호물자를 분류하고 체육관에 쌓아놓고 있다.ⓒ천지일보 2019.5.3

인흥3리 주민들은 현재 대부분의 주민들이 전소된 집의 철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집을 다시 지을 수 있는 합당한 지원금 계획이 나오기 전까진 철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 김소연(50, 여)씨는 “3층집, 통나무집, 벽돌집 집마다 특색이 있을진대 현재 에상되는 주택보조비는 모든 주민이 동일하다”며 “초가집 짓고 살 수는 없는 건 아니냐. 재산 피해만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순기(89, 여)씨는 “이 동네도 만만치 않게 피해를 입은 동네인데, 고위 관료들은 다른 마을만 왔다 가더라”며 인흥3리가 다른 피해지역에 비해 소외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숭제(59, 남)씨는 “현재 발표된 대책은 국민성금 갖고 정부가 생색내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 여기 어르신들은 영정사진·수의 다 버리고 나왔다. 사실상 두 번 죽는 그런 상태”라고 정부의 더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일 “사상 유례없이 산불 발생 한달여 만에 종합대책이 확정된 만큼 시군과 협력해 복구 계획을 빨리 확정하고 예산도 빠르게 집행해 이재민과 피해 주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대응이 기다림에 지친 이재민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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