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전 세계 홍역 급증, ‘백신 괴담’ 때문… “백신 효력, 의심할 필요없어”
[이슈in] 전 세계 홍역 급증, ‘백신 괴담’ 때문… “백신 효력, 의심할 필요없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홍역 환자 전년보다 8배 증가

동남아 등 전염병 유행국 다녀온 영향

전 세계 ‘백신 위험하다’며 접종 거부

거짓 주장 밝혀졌지만 의구심 여전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양과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발생하는 ‘후진국형 질병’인 홍역(measles)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에 인증 받은 홍역 퇴치국가지만 지난해 12월 말 경북 대구를 시작으로 경북, 경기도 안산 등 수도권 등지에 홍역이 돌면서 전국으로 확진 환자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감염 이력이 없던 경기도 남양주와 충청남도 대전까지 홍역 환자가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전국 홍역 환자는 54명이다.

2017년 7명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홍역 환자가 약 8배나 증가한 건 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등 전염병 유행국에 다녀온 뒤 감염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2017년 대비 32.4% 증가한 22만 9068건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동남아시아가 7만 31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5만 9578건)’ ‘아프리카(3만 3879건)’ ‘서태평양(2만 3607건)’ ‘중동(2만 1905건)’ ‘아메리카(1만 6966건)’ 등이 뒤를 이었다. WHO는 “유럽에서 시작된 홍역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성원 95%가 백신을 맞으면 홍역 확산속도와 규모를 저지할 수 있어, WHO는 예방 접종률 기준을 95%로 정했다. 그러나 유럽은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2차 접종률이 85% 이하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슈in] 전 세계 홍역 급증, ‘백신 괴담’ 때문… “백신 효력, 의심할 필요없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슈in] 전 세계 홍역 급증, ‘백신 괴담’ 때문… “백신 효력, 의심할 필요없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백신을 불신해 부모가 접종을 거부하는 이른바 ‘백신 괴담’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WHO가 지난해 유럽의 감염자를 조사한 결과 80%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유럽 등에서 주 접종 층인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 ‘백신은 위험하다’는 잘못된 정보가 심어져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사회적 면역력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과학 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는 “20년도 안돼 홍역이 다시 활개를 치는 건 학부모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백신 괴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은 1990년 말 영국 웨이크 필드 박사의 논문 한편에서 비롯됐다. 웨이크 필드 박사와 연구진은 1998년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통계와 함께 세계적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게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후보 시절부터 트위터에 “백신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논문 발표 후 사회적 파문이 일어났다. 이후 백신과 자폐증은 연관성이 없으며, 해당 통계는 조작된 거짓연구임이 밝혀졌다. 2010년 논문이 취소되고, 해당 의사는 면허가 박탈됐다. 그런데도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고 영국 등 유럽의 많은 부모 사이에서 해당 내용이 재생산되면서 지금도 MMR 접종을 거부해 홍역 유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4년 미네소타주 소말리아계 미국인 MMR 접종률은 42%로 매우 저조했다.

중동, 동남아 지역에선 ‘홍역 백신이 이슬람 율법에서 금하는 동물인 돼지 추출물로 제작됐다’는 헛소문이 돌면서 많은 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말라’고 권고해 홍역이 창궐했다. 이에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아이들의 예방접종은 그들의 기본권이자 필수”라고 권고했다.

우리나라의 예방 접종률은 98%로 높은 편이지만 일부 육아 카페 등에서 ‘자연 치유법’을 내세워 예방접종을 기피하게 하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모의 잘못된 신념으로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11월 발표한 ‘전국 예방접종률 통계’ 전수조사를 보면 2012년 출생 이후 접종한 적이 한번도 없는 접종누락자 1870명이며, 미접종 사유 중 19.2%(241명)는 ‘부모의 신념’ 때문이었다.

예방접종 전문가인 이환종 서울대 소아감염 교수는 “예방접종은 비용 대비 편익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흔히 사용되는 공중보건 중재의 수단으로 그간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 가능한 많은 질병의 발생은 현저하게 감소하는 등 인류의 건강증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며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병의 발생 감소로 인해 해당 감염병의 위험은 잘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예방접종의 부작용 등이 더 주목받아 예방접종을 거부하기도 하나,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한림대학교 부교수도 “우리나라에선 유아기에 예방 접종했으나 성인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졌고, 바이러스에 강하게 노출돼 감염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예방접종을 하면 몸 안에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백신의 효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