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김용균법’ 통과됐는데 장례 못 치른 이유… “아들 동료, 여전히 위험 속에 남아”
[이슈in] ‘김용균법’ 통과됐는데 장례 못 치른 이유… “아들 동료, 여전히 위험 속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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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천지일보 2019.1.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천지일보 2019.1.24

빈소, 태안에서 서울로 이동

“작업장, 어두컴컴·위험천만”

“정규직화로 안전 보장해야”

“정부 확답 줘야 장례 치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내 아들과 같은 또래 청년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있어선 안 됩니다. 용균이의 동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에서 안전하게 일을 하려면 정규직이 돼야 합니다.”

고(故) 김용균씨가 사고로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기자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 노동자로 입사해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일했던 김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기계에 몸이 끼인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김용균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동료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머니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22일 아들의 시신을 태안에서 서울로 옮겼고, 장례도 미루고 있다. 아들과 같은 청년들이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게 됐을 때, 아들의 장례를 치르겠다는 뜻에서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천지일보 2019.1.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천지일보 2019.1.24

어머니 김씨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마련, 위험의 외주화 중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와 함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이러한 결심하게 된 이유는 김씨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업무환경 때문이다.

고 김용균씨는 생전에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4곳의 석탄운송설비를 담당했다. 시설 간 거리는 40~100m였다. 순찰을 마치고 대기하다가도 이상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작업장은 안전시설이 전무했고 위험천만했다. 컨베이어와 아이들러(컨베이어 부품으로 롤러의 일종)가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또 시커먼 석탄가루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아이들러 사이에 빨려 들어가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어머니 김씨는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사람이 허리를 굽혀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서 컨베이어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면서 “내 아들이 이런 험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어 “먼지가 많이 발생해 어두컴컴했고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작업자들은 기계의 이상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그곳에 들어가 랜턴이나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현장은) 안전장비도 없었고, 혼자서 일을 하다가 다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에 마련된 공간에 김씨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1.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에 마련된 공간에 김씨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1.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에 마련된 공간에 김씨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1.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에 마련된 공간에 김씨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1.24

어머니 김씨에 따르면, 김씨의 사고 원인은 열악한 노동환경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안전에 대한 업무지침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사고 이후 병원에 도착했을 때 하청업체 관계자는 ‘용균이는 일을 열심히 했지만 가지 말라고 곳에 가서 하지 말라는 일을 했다. 그래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용균이 동료들에게 들었던 말은 업체 측과 완전 상반된 이야기였다”고 했다.

어머니 김씨는 “업체 측은 대기실에서 이상 신호가 와도 무조건 가지 말고 어떤 일도 처리하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는 말을 했다”며 “하지만 용균이 동료들은 그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가서 일을 처리하도록 돼 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규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민대책위가 김씨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한 분향소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김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1.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김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1.24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대책위 소속 전장호씨는 “지난해 김용균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고 김용균님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아직도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다”며 “정규직 전환은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향소를 찾는 시민 중에선 김용균법 제정 이후 모든 것이 다 해결된 줄로 오해하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김용균님이 사고를 당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도 “아직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확답을 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이전과 동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빈소를 옮긴 이유는 적어도 설 전까지는 해결해달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정확한 확답을 줘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김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1.24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가 숨진 지 45일째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김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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