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준다는 것은 웬만해서는 결단하기 힘든 일이다.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며, 그 목적이 대의(大義)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교인이라면 더욱 그 목적이 대의에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 주체가 종교지도자라면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민생의 안녕과 평화, 공동의 이익,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많은 종교인·종교지도자들이 단체를 만들고, 성명서를 내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행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시위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반 활동은 소통과 이해, 평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권력을 이용한다고 해도, 혹 폭력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그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돼서는 안 된다. 물론 아무리 호소하고, 문제를 제기해도 정부의 정책이나 행정이 변화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이, 단체가 노력한다 해도 이 또한 쉽게 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답답하고 안타까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 행동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소신공양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 일을 바로잡으려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모방자살 일명 베르테르 효과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자살할 경우 자신을 상대방과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기에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은 늘 조심스러워야 한다.
한 스님의 소신공양은 그동안 종교인으로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언행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오로지 사부대중의 안녕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할 수 있었던 스님이 있는 반면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현 정책의 노선과 반대에 서는 종교지도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종교계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교계가 오로지 종교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대의를 위해 행동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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